개구리 88% 대멸종 이후 출현, 공룡 가고 개구리 왔다

조홍섭 2017. 07. 06
조회수 8675 추천수 0
새로 쓴 개구리 진화사, 공룡 빈자리 포유류 더해 개구리 차지
나무에 서식지 마련, 난태생 고안 등으로 세계 퍼져 6700종 진화

Peng Zhang, Sun Yat-Sen University.jpg » 청개구리는 공룡 멸종 뒤 급속하게 서식지를 넓히며 세계로 퍼져나간 3 무리의 고대 개구리 가운데 하나이다. Peng Zhang, Sun Yat-Sen University

6600만년 전 거대한 혜성 또는 소행성의 충돌과 함께 지구에는 대멸종 사태가 일어나 날지 못하는 공룡을 포함해 생물 종의 4분의 3이 사라졌다. 포유류는 그 생태계의 빈자리를 차지해 번성했다.

그러나 대멸종의 기회를 잡은 동물이 포유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개구리가 중생대 동안 서서히 진화해 종이 분화했다는 기존 학설과 달리 대멸종 사태 이후 급속히 종이 나뉘어 세계로 퍼졌다는 가설이 나왔다.

f1_Brian Freiermuth.jpg » 마다가스카르의 이 청개구리도 대멸종 이후 서식지를 나무 위로 넓혀 확산한 종 가운데 하나다. Brian Freiermuth

중국과 미국 연구자들은 전 세계 개구리 156종의 핵 유전자 95개를 새로 분석하고 기존 145개 종의 유전자 데이터와 함께 화석자료 등과 비교했다. 과학저널 <미 국립 학술원 회보(PNAS)> 3일 치에 실린 이들의 논문은 이제까지 개구리 계통 유전학 연구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것으로 개구리 진화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동 저자의 하나인 데이비드 블랙번 미국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학예사는 “지구에 개구리가 산 지는 2억년이 넘지만 우리가 오늘날 보는 것처럼 엄청나게 다양한 개구리가 폭발적으로 분화한 것은 공룡의 대멸종 사태 이후의 일”이라고 이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개구리는 현재 6775종이 밝혀져 있으며,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다양한 분류군에 속한다.

유전자 분석 결과 오늘날 개구리 종의 88%는 대멸종 사태 때 살아남은 3개 계통에서 기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룡 등 대부분의 육상동물이 사라진 생태계에서 이들 개구리 무리는 급속하게 서식지를 넓히며 다양한 종으로 분화했다.

Figure-1_timetree.jpg » 계통유전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새로 작성한 개구리 진화의 계통도. 중생대 말 대멸종 사태(점선)을 계기로 종다양성이 급속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

그렇다면 대멸종 뒤 개구리가 크게 번성한 비결은 무엇일까. 공저자인 데이비드 웨이크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교수는 나무에서 새로운 서식지를 마련한 것과 난태생을 고안한 것을 꼽았다.

그는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대멸종 사태 뒤 세계는 매우 황폐화했는데 식물이 다시 살아났을 때 꽃이 피는 속씨식물이 지배하게 됐다. 바로 이때가 나무 진화의 전성기였다. 개구리는 나무에 살기 시작했다. 개구리가 특히 남아메리카로 급속하게 분화해 나간 비결은 나무에 사는 능력이었다.”라고 말했다.

나무는 육상 포식자로부터 도피처를 제공해 줬고, 개구리가 바닥에 내려왔을 때는 땅에 떨어진 나뭇잎에 숨을 수 있었다. 또 나무는 번식장소이자 곤충이 풍부한 먹이터이기도 하다. 

frog3.jpg » 대멸종 뒤 살아남은 3 대 무리 가운데 하나인 나타타누라 개구리. 카메룬에 서식한다. Brian Freiermuth

올챙이 단계를 거치지 않고 알에서 바로 새끼 개구리가 나오는 난태생은 현재 개구리의 절반가량이 채택하는 번식 방법이다. 웨이크 교수는 “유생을 거치지 않는 직접 발생과 나무 서식지 확보가 결합해 개구리의 급속한 분화를 낳았다”고 말했다.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개구리는 10개 계통이지만 이 가운데 청개구리상과, 맹꽁이과, 나타타누라(Natatanura) 무리 등 3개 집단만이 살아남아 오늘날 개구리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연구자들은 계통지리학적으로 볼 때 현재 개구리의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으며, 초대륙 판게아와 뒤이은 남반구 초대륙 곤드와나가 분리하면서 현재의 분포를 이루게 됐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처럼 대멸종의 위기를 기회로 삼은 개구리는 현재 세계적인 멸종위기에 놓여있다. 논문의 주저자인 장펑 중국 국립중산대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과 교수는 “이 연구에서 가장 멋진 일은 개구리가 얼마나 강인한 동물인지를 밝혔다는 점이다. 개구리는 공룡을 멸종시킨 격변을 살아남아 재빨리 번성했다. 하지만 요즘 개구리는 인류가 서식지를 파괴하는 바람에 사라지고 있다. 우리는 대멸종 사태보다 강력한 거대한 멸종사태를 일으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Yan-Jie Feng et al, Phylogenomics reveals rapid, simultaneous diversification of three major clades of Gondwanan
frogs at the Cretaceous–Paleogene boundary,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7046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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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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