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산불, 수온 상승…2500만년 생태계가 흔들린다

조홍섭 2017. 08. 01
조회수 5184 추천수 0
바이칼호 현지 취재 ② 기후변화
2015년 한 해 산불만 105건 발생
토양침식 늘어 호수 부영양화 가속
기후변화 영향 큰 3대 지역 중 하나
 
21세기말 수온 4.5도 상승할 전망
포식자 물범·규조류 번식에 지장
먹이사슬체계 바닥부터 흔들릴 듯


b2-1.jpg » 지난해 가을 바이칼호 바로 옆 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불로 이깔나무와 소나무 등 침엽수가 모두 탔다. 그 영향으로 토양이 부슬부슬해져 홍수 때 토사가 호수로 쏟아져 들어간다. 


시베리아의 산불은 인공위성에서 보일 정도로 규모가 크고 잦다. 시베리아 남동쪽에 위치한 바이칼호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6일 리스트뱐카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쯤 바이칼호 서쪽 호안을 따라 북상해 트레킹 장소로 유명한 에메랄드 바지에 닿았다. 지난해 가을 대규모 산불이 일어난 산비탈을 올랐다.
 
이깔나무(잎갈나무)와 소나무 등으로 이뤄진 침엽수림이 검게 탄 채로 빽빽하게 서 있었다. 고른 간격에 키도 비슷해, 이전 산불 뒤 형성된 2차림처럼 보였다. 강한 산불의 열기로 토양과 바위도 푸석푸석해졌고 빗물에 토양이 심하게 씻겨나갔다. 

b2-2.jpg » 산불은 시베리아 생태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산불로 열린 빈 공간에 분홍바늘꽃과 자작나무 등이 돋아난다.

죽은 나무 밑에는 산불지역에 가장 먼저 침입하는 자작나무가 벌써 싹을 틔웠고, 분홍바늘꽃을 비롯해 솔나물, 좁은잎해란초, 두메양귀비, 산부추, 장구채, 제비고깔 등 올해 핀 야생화가 검게 그을린 숲에서 생명의 시작을 알렸다.

바이칼의 산불은 더욱 잦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지난해 바이칼호 보전 실태 보고서를 보면, 2015년 바이칼호 주변 보호구역에서만 모두 105건의 산불이 발생해 15만3000㏊의 숲을 태웠다. 산불이 나면 하층 식생과 토양이 물을 평소처럼 머금지 못한다. 가파른 산에 불이 나면 빗물이 하류로 흐르는 양은 평소보다 10~100배 늘어난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바이칼호에서 산불이 나면 유출수는 불에 탄 재 등 영양물질을 호수로 실어날라 녹조 등 부영양화의 원인이 된다. 
 
fire.jpg »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바이칼호 주변의 자연적 산불(붉은색). 미항공우주국(NASA)

메리앤 무어 미국 웰즐리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바이오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바이칼호 서쪽인 중앙 시베리아가 기후변화로 기온이 높아지고 건조해져 화재의 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하고 있다”며 “화재로 공중에 솟아오른 재가 생물 활동이 왕성한 호수 표면에 떨어져 질소와 인을 공급해 녹조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칼호 주변은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지만 한여름 기온은 30도에 육박해 더웠다. 중앙 시베리아는 북극, 남극과 함께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먼저 받는 곳이다. 지난 세기 이 지역 평균기온은 세계 평균의 2배인 1.2도 상승했고, 특히 겨울 기온은 2도나 높아졌다.
 
b2-3.jpg » 바이칼호는 세계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큰 3대 지역 가운데 하나다. 바이칼호 서쪽 호안의 모습.

수온도 마찬가지로 상승했다. 시베리아의 한 과학자 집안은 1945년부터 3대에 걸쳐 바이칼호 서쪽 호안의 볼시예 코티 마을에서 호수 안쪽으로 2.7㎞ 떨어진 수심 800m인 곳에 측정 지점을 정해 수심별 수온을 60년 동안 7~10일 간격으로 측정했다. 스테퍼니 햄프턴 미국 캘리포니아대 생태학자 등 미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 측정 자료를 분석해 2008년 과학저널 <지구 변화 생물학>에 실었는데, 녹조의 원인인 식물플랑크톤은 1979년 이후 3배로 늘어났고, 평균 수온은 1946년 이후 1.21도 높아졌다. 기후 모델링으로 추정한 금세기 말 바이칼호 표층수온 상승폭은 4.5도에 이른다.
 
b2-4.jpg

수온 상승은 바이칼호 생태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무어 교수 등의 예측을 보자. 21세기에 바이칼호의 결빙기간은 현재 4∼5개월에서 2개월로 줄어든다. 바이칼호 최상위 포식자인 바이칼물범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다. 이 물범은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고 눈과 얼음동굴에 숨겨 키우는데 얼음이 일찍 사라지면 포식자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
 
표층수온이 올라가면 심층에서 표층 사이를 오가며 살던 다양한 동물을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바이칼 고유 물고기인 골로먄카는 낮에 수심 300~1600m의 심층에서 지내다가 밤에 수심 50m 이내의 표층으로 올라온다. 표층 어류 생물량의 95%를 차지하며 물범의 주 먹이인 이 물고기는 수온 3.5~10도 범위에 분포하지만 12도가 넘으면 죽는다. 결국 물범은 앞으로 더 깊은 곳으로 잠수해 골로먄카를 사냥하거나 굶주릴 수밖에 없다.

nerpa_getty.jpg » 세계 유일의 민물 물범인 바이칼호물범.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면 번식과 생장에 큰 타격을 받을 최상위 포식자이다. 게티 이미지 뱅크

바이칼호 생물의 기초먹이인 고유종 규조류도 기후변화의 피해를 입는다. 길이가 1.5㎝에 이르는 이 초대형 규조류는 강한 바람으로 눈이 쌓이지 않아 햇빛이 잘 투과하는 바이칼호의 투명한 얼음 밑에서 번성한다. 기후변화로 눈이 쌓여 투명도가 떨어지면 규조류의 광합성 능력이 저하되고 호숫물의 뒤섞임이 줄어 초대형 규조류가 호수 표면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된다. 결국 먹이사슬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흔들린다.
 
무어 교수는 “바이칼호에서 기후변화는 화학물질 유입량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산업공해와 인위적 부영양화가 특히 걱정된다”며 “이 호수가 지닌 고유한 특징인 빈영양 상태, 찬물, 긴 체류시간, 긴 먹이사슬, 잦은 지진, 높은 고유종 비율 등이 이런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칼호(러시아 이르쿠츠크)/글·사진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절반 이상이 고유 동물…심해까지 산소 풍부, 바닥엔 해면 
 
sb11.jpg » 바이칼호를 대표하는 무척추동물 에피슈라. 호수의 무한한 자정능력이 이 동물플랑크톤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바이칼호는 유라시아판과 아무르판이 벌어져 새로운 땅이 생기는 리프트밸리(구조곡)다. 두 지판 사이에 깊이 파인 2000㎞ 길이의 계곡에 물이 담겨 2500만년 전 형성됐다. 길이 636㎞, 너비 79㎞로 경상도 면적인 3만㎢인데, 최고 수심 1642m, 평균 수심 744m로 깊어 담수 보유량이 세계 최대다.
 
고유종 비율이 높아 동물종 2500종의 절반과 식물 1000종의 30%가 지구에서 이 호수에만 있다. 호수 생물종의 40%는 아직 미발견 상태다. 유네스코는 1996년 바이칼호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장기간 고립돼 진화론적으로 특별하며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독특한 담수 동물상을 이뤘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상위 포식자인 바이칼물범은 약 10만마리가 살고 있는데 북극해에 사는 고리무늬물범의 친척뻘이다. 200만~300만년 전 빙하기 때 북극이 얼어붙으면서 북극해로 흐르던 예니세이강이 범람해 빙하호를 이루면서 내륙에 고립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칼호에 사는 물고기 52종 가운데 27종이 고유종이다. ‘오물’이란 연어과 물고기는 이 호수의 대표적 상업어종인데, 물범과 비슷한 이유로 육지에 갇혔을 것으로 보인다.
 
‘에피슈라’라는 새우 비슷하게 생긴 동물플랑크톤도 바이칼 고유종으로 호수 생물량의 80%를 차지한다. 골로먄카의 먹이로, 또 호수의 유기물을 왕성하게 섭취해 정화하는 생태계의 핵심이다. 바이칼호는 다른 깊은 담수호와 달리 강한 계절풍이 주기적으로 호숫물을 뒤섞어 심층까지 산소가 풍부하다. 호수 바닥에는 대형 무척추동물과 바다처럼 해면동물이 산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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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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