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가지 자른 '범인'은 1㎝ 거위벌레

양형호 2017. 08. 11
조회수 7667 추천수 1
도토리 여물기 전 애벌레가 먹기 좋게, 힘들게 잘라 알 낳고 떨어뜨려
참나무와 다람쥐 너무 걱정 말자, 자연은 탁월한 조절능력 지녀
  
20170805_140653.jpg » 누가 이랬어? 요즘 숲에 가면 도토리가 달린 가지가 예리하게 잘린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20170805_134355.jpg » 잘린 부위를 보면 무언가가 예리하게 잘랐음을 알 수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 숲길을 걷다 보면 흔하게 보이는 풍경이다. 도토리 몇 개 달린 참나무 잔가지들이 누군가 예리한 도구로 절단한 듯 땅바닥에 떨어져 있다. 참나무에 대한 이런 만행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은 애꿎게 다람쥐나 청설모가 범인이라고 누명을 씌우고 있다.

다람쥐.jpg » 다람쥐.
  
청설모.jpg » 청설모.
  
다람쥐와 청설모는 도토리를 먹기도 하지만 참나무 가지를 절단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IMG_3353.jpg » 도토리거위벌레.
  
참나무 가지를 자른 범인은 도토리거위벌레라 부르는 바로 요 녀석이다. 도토리거위벌레는 크기가 1㎝ 안팎인 작은 곤충으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도토리가 달린 참나무의 잔가지를 수도 없이 잘라 바닥에 떨어뜨린다. 

IMG_3828.jpg »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있는 도토리거위벌레.
  
도토리거위벌레는 딱정벌레목 거위벌레과에 속하며 연 1회 발생하는 곤충이다. 한여름 도토리에 구멍을 뚫어 알을 낳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알에서 깨어나 유충으로 부화해 도토리 과육을 먹고 생활한다. 

20여일 뒤 도토리 껍질을 뚫고 나와 땅속에서 흙집을 지어 겨울을 나고 이듬해 5월 하순께 번데기가 되어 3∼4주가 지나 성충으로 우화된다. 성충이 된 도토리거위벌레는 참나무에 기어올라 다시 도토리를 뚫고 알을 낳고 가지를 잘라 떨어뜨린다. 도토리에 알을 낳는 과정은 아래와 같다.

dotori15.jpg »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있는 도토리거위벌레. 변승완
  
여름에 번데기에서 깨어나 성충으로 우화한 도토리거위벌레는 본능적으로 참나무에 기어올라 도토리를 찾아 깍지 부분에 구멍을 뚫는다. 기다란 주둥이 끝에서 가위처럼 작은 집게 입이 나와 도토리에 아주 조금씩 구멍을 뚫는다. 도토리거위벌레가 도토리가 다 여물기 전에 깨어나고 도토리 열매 부분이 아니고 깍지에 구멍을 뚫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도토리가 덜 여물어야 껍질이 단단하지 않아 구멍 뚫기가 쉽기 때문이다. 둘째,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한테는 덜 익은 도토리 과육이 연해 먹기 쉽다.

그리고 세 번째로 도토리는 열매가 다 익으면 떫은맛을 내는 타닌 성분이 많아지는데 덜 여문 도토리는 타닌 성분이 적어 애벌레가 먹기 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토리거위벌레가 도토리 깍지 부분을 뚫는 이유는 그곳이 도토리 열매껍질보다 상대적으로 연해 뚫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게 암컷 도토리거위벌레가 알을 낳기 위해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있으면 어디선가 암컷의 페로몬 냄새를 맡은 도토리거위벌레가 수컷이 찾아와 짝짓기한다.

도토리거위벌레 암컷은 도토리에 구멍을 뚫고 긴 산란관을 넣어 보통 20∼30개의 알을 낳는데, 한 개의 도토리 구멍에는 1개나 많아야 2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산란이 끝나면 알이 빠지지 않게 도토리 구멍에 입구를 막는 작업으로 산란을 마무리한다.

dotori23.jpg » 가지 자르기. 변승완
  
산란이 끝난 암컷 도토리거위벌레는 가지 쪽으로 이동해서 가지를 자르기 시작하는데, 가지 하나를 자르는데 3시간 정도 시간이 걸린다. 가지를 자르는 작업은 잘리는 쪽과 남아 있는 쪽 양쪽에서 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가지가 다 잘릴 무렵이 되면 남는 쪽으로 이동해 잘린 가지와 함께 땅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도토리거위벌레 암컷이 산란하고 가지를 자르는 동안 도토리거위벌레 수컷은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고 오로지 주변 경계 서는 일만 한다.

dotori24.jpg » 도토리거위벌레 수컷 2마리가 서로 암컷을 차지하려 하고 있다. 변승완
  
dotori26.jpg » 몸싸움은 격렬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변승완
  
암컷이 알을 낳고 가지를 자르는 동안 암컷과 짝짓기를 한 도토리거위벌레 수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지키려고 다른 수컷 도토리거위벌레가 접근하지 못하게 경계를 선다. 그러나 약육강식의 자연에서는 항상 경쟁이 있게 마련이다. 

다른 수컷이 나타나면 암컷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다. 결국은 더 힘센 수컷 도토리거위벌레가 암컷을 차지하게 되고 다시 짝짓기를 시작한다.

dotori28.jpg » 힘센 수컷과 다시 짝짓기하는 암컷 도토리거위벌레. 변승완

동물은 한번 짝짓기하면 바로 수정이 되어 다시 짝짓기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암컷 곤충들은 짝짓기하면 바로 수정하지 않고 몸속에 들어온 정자를 정자 보관소에 보관하였다가 산란할 때마다 수정해서 알을 낳기 때문에 여러 번 짝짓기가 가능하다. 힘센 수컷으로부터 좀 더 우수한 유전자를 받기 위한 곤충들의 생존전략이다.

절지동물인 거미도 정자를 보관하는 특성이 있다.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기다리는 통통한 암컷 거미를 잡아 밀폐된 플라스틱 통에 가두어 며칠 관찰해 보면 처음에는 탈출할 공간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결국은 탈출을 포기하고 알을 낳기 시작한다. 그렇게 산란한 알은 짝짓기하지 않았는데도 부화하여 아기 거미들이 태어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IMG_9438.jpg » 깍지에 검게 메꿔진 산란구멍.
  
오랜 작업 끝에 잘린 가지는 바로 땅에 떨어지지 않고 바람을 타듯 천천히 떨어진다. 날개처럼 잎을 2∼3장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토리거위벌레가 알을 낳은 도토리만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몇 장의 잎과 함께 떨어뜨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넓은 잎이 공기에 저항을 주어 천천히 떨어져 도토리 안에 들어있는 알이 충격을 적게 받고 밖으로 튕겨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둘째, 잎이 시들기 전까지 광합성 작용을 계속해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과육을 먹고 성충이 되기까지 도토리가 신선하게 영양분을 계속 공급하기 위해서다.

IMG_3311.jpg » 쌀알 같은 형체의 도토리거위벌레 알.
  
잎과 함께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 깍지에 까맣게 메꿔진 구멍 자국이 있는 곳을 벗겨 살짝 쪼개보면 작은 쌀알 같은 알이 들어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IMG_3792.jpg » 도토리거위벌레 애벌레.
  
이렇게 도토리 과육을 다 먹고 자란 애벌레는 도토리 껍질을 뚫고 나와 땅속으로 들어가 긴 겨울을 난 후 이듬해 여름에 번데기가 되어 우화하여 성충이 되고,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다시 본능적으로 참나무에 기어올라 도토리에 알을 낳고 가지를 자르는 행위를 반복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인터넷 뉴스에 도토리거위벌레 때문에 참나무가 수난을 당하고 도토리가 많이 달리지 않아 도토리를 먹이로 하는 산짐승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는데,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 생태계는 어떤 특정한 종이 무한대로 번식하고 확장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적절하게 생태 공간과 역할을 분배해 여러 종이 자연 생태계의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한 구성원으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종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탁월한 조절 능력을 갖추고 있다. 

숲에는 오로지 참나무에만 의지하며 살아가는 곤충은 50여종이나 있다. 도토리거위벌레 또한 숲에서 참나무의 의지하고 도토리를 섭식하고 살아가는 한 생명체일 뿐이다. 도토리거위벌레가 참나무 가지를 많이 자른다고 해도 참나무가 죽거나 도토리를 먹이로 하는 산짐승이 굶어 죽는 일은 없다. 숲은 훼손되면 스스로 회복하는 자정과 치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지구 위에 같이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 중에 자신만의 관점으로 유익함을 따져 여러 종의 유해 동·식물을 지정해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지정한 유해 동·식물들도 당당하게 자연의 한 축을 담당하며 자연생태를 안정시키는 소중한 생명체들이다. 

어찌 보면,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에게 공통으로 위협적이고 유일하게 해가 되는 종은 바로 우리 인간뿐이다. 이제는 우리도 자연을 이용하고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더 늦게 전에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숲길을 걷다가 바위나 시멘트 위에 떨어진 도토리거위벌레가 자른 참나무 가지를 보거든 주워 ‘도토리거위벌레야 잘 자라라’ 다정하게 인사 나누며 흙이 있는 근처 숲에 던져주며 자연 사랑을 시작하는 마음을 가져 보면 어떨까. 

글·사진 양형호/ 국립수목원 전시교육과 현장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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