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오염 피하려…검은색 피부로 변신한 물뱀

조홍섭 2017. 08. 21
조회수 10914 추천수 0
19세기 영국 얼룩나방 이어 ‘공업’이 유발한 ‘암화’의 새 사례
광산 개발로 폐수 흘러드는 항구 서식 물뱀, 허물도 자주 벗어

CLAIRE GOIRAN3.jpg » 멜라닌 색소가 많아져 검게 변한 물뱀이 허물을 벗고 있다. 이를 통해 허물에 축적된 다량의 중금속을 배출한다. 클레르 구아랑
 
19세기 영국 공업지대의 얼룩나방은 회색에 반점이 있는 무늬였다. 석탄 매연으로 나무껍질이 검게 바뀌자 눈에 잘 띄어 새의 손쉬운 먹이가 됐다. 그러나 돌연변이로 짙은 잿빛을 띤 얼룩나방은 살아남아 번성했다. 공해가 줄자 반대의 일이 벌어졌다. 공해가 심한 곳의 동물이 검게 되는 ‘공업 암화’의 유명한 사례다(■ 관련 기사나무껍질에 교묘히 숨어드는 나방 의태의 비밀 밝혀져). 나방과 나비에 알려진 이 현상이 처음으로 바다 동물에서 발견됐다.

J Brew.jpg » 뉴칼레도니아 뉴메아의 석호. 광산 폑수가 흘러들어오는 이곳은 대규모 산호초의 일부이지만 유네스코 자연유산에서 제외됐다. J Brew,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은 얕은 바다에 사는 물뱀을 연구했다. 이 물뱀은 거북 머리 모양의 주둥이로 산호 틈에 낳은 물고기 알을 먹고 산다. 그런데 검고 흰 줄무늬가 뚜렷한 이 물뱀이 유독 누벨칼레도니(뉴칼레도니아) 누메아에서는 검은색이었다. 물뱀의 허물을 분석해 보니 코발트, 망간, 납, 아연, 니켈 같은 중금속이 동물의 건강을 해칠 정도로 들어 있었다. 다른 물뱀보다 허물을 두 배나 자주 벗기도 했다. 

CLAIRE GOIRAN-s.jpg » 오염되지 않은 산호초에 서식하는 물뱀에는 밝은 고리무늬가 있다. 클레어 고아랑

이 항구는 광산 개발과 산업화로 폐수가 많이 들어오는 곳이다. 검은색을 띠는 멜라닌 색소는 중금속을 잘 흡착하는 성질을 지닌다. 중금속 오염이 심한 대도시의 비둘기에 검은 빛깔이 많은 것도 이런 중금속 흡착 능력 때문이란 연구결과가 있다. 이 물뱀은 해로운 중금속이 몸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검은색으로 변신하는 진화를 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oiran et al., Industrial Melanism in the Seasnake Emydocephalus annulatus, Current Biology (2017), http://dx.doi.org/10.1016/j.cub.2017.06.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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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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