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을 ‘톡톡톡’, 새끼 고라니 배변 유도

최유리 2017. 08. 31
조회수 3687 추천수 0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실습기

생각 만큼 아름답지 않은 야생동물 구조에서 방생까지, 현실 깨달아

안타까움, 죄책감, 헌신…야생동물은 호기심 대상 아닌 동등한 생명체


c4.jpg » 부상당한 새를 처지하는 모습을 배우는 실습생들. 이 과정에서서 야생동물을 진정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동물이 좋아서 시작한 일


야생동물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동물을 귀여워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어릴 적에는 “동물을 좋아해” 라고 하며 사육사가 되기를 희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꿈을 확실히 하는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동물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그들의 권리를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이 동물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내가 진정으로 동물을 생각한다면 나만의 만족을 위한 일이 아닌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주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고, 여러 분야의 동물 중에서도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가족과 서식지를 잃고 방황하는 야생동물의 안타까운 처지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여러 인터넷 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야생동물의 실태와 그들이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 알아보며, 야생동물의 복지향상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하는 목표를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 실습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고, 야생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직접적인 경험을 쌓고자 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c1.jpg » 2017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실습생들.


구조할 때 새끼와 어미 ‘생이별’ 조심해야


개인적으로, 센터의 여러 가지 활동 중 ‘구조 활동’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았다. 구조단계에서의 실수는 부상과 같은 부가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구조 방안에 따라 정확하고 신속하게 구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것을 정리한 매뉴얼을 배워서 직접 적용해보는 경험을 해보고자 하였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과 달리, 직접 구조하는 일은 드물었고, 이미 구조된 동물을 신고자나 야생동물보호협회로부터 인수·인계받는 경우가 많았다.


직접 구조를 할 때뿐만 아니라 인수인계를 받을 때에도 구조된 동물의 종 특성이 무엇인지, 어떠한 환경에서 발견되었는지 등 최대한의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직접 구조할 때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구조 방안이 무엇일까 추측해야 한다. 


구조하기 전 여러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도 있었다. 어린 개체의 구조신고가 접수된다면 주위에 보금자리가 있지는 않은지,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발견된 것은 아닌지 등을 따져 섣부른 구조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린 동물을 섣불리 구조하다가 어미와 새끼를 생이별시키는 ‘납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고라니처럼 잡아먹히는 동물은 어미 스스로가 새끼를 보호할 수 없음을 알아 새끼들을 일정한 행동반경 내에 숨겨두고 천적에게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생활 습성이 있다. 따라서 부모에게 보살핌을 받는 새끼조차 미아로 오해받아 구조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c2.jpg » 둥지가 무너져내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새끼를 보호하는 어미를 위해 인공둥지를 설치해 주었다.


구조한 동물 ‘너 누구니?’


센터에 동물이 구조되어 오면, 먼저 정확한 동정을 통해 동물을 구분해야 한다. 사람의 생활방식이 모두 다른 것처럼 동물 또한 서식환경, 생활 습성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종인지 제대로 알아야 적절한 조처를 해줄 수 있다. 동정을 마친 후에는 체중을 측정한다. 동물의 구조 당시 체중은, 그 동물의 건강상태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체중을 측정한 뒤에는 구조 당시의 상황을 참고하여 기본적인 외형검사(안구-구강-외이-날개-척추-다리-발 순서)와 통증 반응 검사를 한다. 이후, 방사선 검사를 통해 신체 내부의 손상 및 골절 여부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적합한 진단을 내리게 된다.


6주 동안 기본적인 동물 진료과정과 치료법, 깃 이식, 팔자 포대, 꽁지깃 싸개 등을 배우고 실습하였다. 마침 센터에 날개 깃이 부러진 물총새가 계류하고 있어서, 그 물총새를 통해 ‘깃 이식’을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죽은 물총새로부터 얻은 정상적인 깃을 적절한 막대(물총새의 경우 기타 줄)로 연결하고 본드로 고정했다. 


c3.jpg » 물총새에게 깃을 이식하기 위해 사체 중 온전한 깃을 지닌 것을 추출하고 있다.


또한, 멧비둘기 폐사체를 이용하여 포대의 기본인 ‘팔자 포대’와 ‘바디랩’을 하는 법을 배우고 직접 실습해 보기도 하였다. 팔자 포대를 할 때 날개 막 인대가 손상되지 않도록, 바디랩을 할 때는 발톱이 포대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습 막바지에는 꽁지깃 싸개를 만들고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꽁지깃 싸개는 꽁지깃의 오염과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지만, 기력이 없는 개체라면 싸개의 무게를 버틸 수 없기 때문에 바닥에 수건을 깔아 꽁지깃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머뭇거리지 않고 재빨리 붙잡는 것도 능력


구조된 동물은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은 후, 몸이 회복될 때까지 계류장에서 생활하게 된다. 또한 특정한 계절에만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철새 역시 적절한 시기가 오기를 기다리며 계류장에서 생활한다. 계류장은 그 동물의 습성과 상태를 고려하여 선택한다. 예를 들면, 움직임을 제한하고 집중적인 관리를 받아야 하는 동물은 실내계류장에서 생활하게 되고, 방생을 앞두고 야생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동물은 야외 계류장에서 생활하게 된다. 또한 계류장 내부에 횃대, 풀장, 은신처 등을 설치하여 동물의 습성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적절한 먹이를 공급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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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6.jpg » 어린 소쩍새들이 은신할 수 있을 만한 구조물을 직접 만들어 보았다.


처음 센터에 들어온 동물에게는 여러 종류의 먹이를 공급해 본 후 선호하는 먹이를 파악해야 한다. 만일 스스로 먹으려 하지 않으면 강제로 먹이이고 한다. 이 때는 먹이가 기도를 막거나 핀셋 또는 존대로 식도에 상처를 내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동물에게 적절한 식단을 제공하기 위한 먹이 준비과정도 배웠다. 오전에는 전날 공급했던 먹이의 남은 양을 체크하여 일일 사육기록표에 정리하는 일과 계류하는 동물의 특성에 따라 먹이를 준비하는 일을 했다. 오후에는 준비한 먹이를 나눠주고 다음 날 공급할 먹이를 미리 준비해두는 일을 하며 마무리하였다. 실내 동물에게 먹이를 줄 때는 잘 먹을 수 있도록 동물 가까이 놓아주는 것이 좋다(예민한 동물의 경우 문 앞에 놓아주는 것이 좋다). 야외 동물에게 먹이를 줄 때는 햇빛과 비를 피할 수 있는 천막 아래에 놓아주는 것이 좋다.


센터 내의 동물은 방생하기 전까지 체계적인 관리 아래 생활하게 된다.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동물은 하루에 한 번 씩 체중을 측정하며 몸 상태의 변화를 체크하였고, 그렇지 않은 동물은 2주에 한 번씩 체중과 외부상태(눈 주위와 각막 상태, 날개와 꽁지깃 상태, 발바닥과 발톱 상태, 익각부 상태, 바디스코어)를 확인하여 건강에 이상이 있는지, 상처가 잘 회복되고 있는지 등을 기록하여 관리하였다. 


동물의 외부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포획하여 보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포획할 때는 동물의 상처 부위가 어디 있는지를 파악하여 신속하게 포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물이 다칠까 봐 주춤하며 시간을 끌면 동물은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보정할 때는 동물이 공격 시 사용하는 신체 부위를 파악하여 주의하며 보정을 해야 한다. 보정은 동물의 외부상태를 확인할 때뿐 아니라 진료를 볼 때와 강제 급식을 할 때도 이루어지기 때문에 나와 동물의 안전을 위해서 능숙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에 대한 경계 푼 동물은 못 풀어놓아


신체적인 문제를 회복한 모든 동물이 방생되는 것은 아니다. 상처가 모두 회복되었더라도 방생을 위한 알맞은 조건인지 평가해야 한다. 스스로 먹이를 찾아먹을 수 있는지, 사람을 경계하고 회피하는지 등 여러 방생 가능성을 따져보고 최종 방생을 결정하게 된다. 특히, 계류 기간 동안 사람과의 접촉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면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풀고 애착을 형성하는(각인) 동물이 생기기도 한다. 이것은 야생에서 살아가야 할 동물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경계심을 심어줄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


모든 조건을 충족하더라도, 동물의 습성이나 구조 당시 정황에 따라 방생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다. 방생하기로 한 동물은, 개체 수를 파악하거나 다양한 정보 수집을 위해 가락지나 추적 장치를 부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채혈을 하기도 한다. 방생을 위한 모든 준비가 갖춰졌다면 방생을 위한 적절한 장소와 시간을 결정한다. 대부분은 그들이 구조된 장소에 그대로 방생하지만, 그곳이 도심지이거나 도로와 근접해 있다면 그 동안 봐두었던 적절한 장소에다 방생하기도 한다.


c7.jpg » 실습 기간 동안 함께 지낸 흰뺨검둥오리. 녀석들은 우리의 실습이 끝나는 시점에 자연으로 되돌아갔다.


아기 키우듯 분유 먹이고 체중 재고…


새끼 고라니 인공 포육 활동을 주로 하였다. 센터에 도착한 후부터 퇴근 시간이 지날 때까지 새끼 고라니 인공 포육을 해야 할 만큼, 어린 고라니들은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했다. 자연에서 어미와 함께 살아가는 새끼 고라니들은 어미가 직접 항문을 핥아 배변유도를 해주는데, 센터 내에서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물티슈를 따듯한 물에 적셔 항문을 톡-톡-톡- 두드리며 배변유도를 해주었다. 


이런 식으로 배변유도를 마치면, 체중을 측정하고 분유를 먹이기 시작한다. 새끼마다 모두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분유를 먹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얌전히 분유를 받아먹는 개체가 있지만, 온몸으로 거부하며 난리를 피우기도 한다. 


분유를 다 먹였다면 또다시 체중을 측정하여 먹은 양을 계산한다. 배변유도-체중측정-분유 급여-체중측정 이러한 과정을 모두 끝내면, 그 결과와 특이사항을 고라니 전용 포육일지에 기록한다. 실습 초기에는 구조된 새끼 고라니들이 아직 어렸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을 하루에 많게는 4번 이상 반복하였다. 하지만 실습이 끝나갈 무렵에는 새끼 고라니들이 많이 성장해 하루에 한 번만, 젖병이 아닌 그릇을 통해 분유를 주었다.


구조된 모든 새끼 고라니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실습 초기에 많던 새끼는 어느새 3마리만 남아 우리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정성 들여 돌보던 새끼가 건강이 나빠져 안락사 되는 것을 보며 온종일 슬픔에 잠겨있던 적도 있었고, 모기에 뜯기며 열심히 구해온 식물을 맛있게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한 적도 있었다. 


직접 배변유도를 해주고 젖병을 물려주며 정성껏 돌본 새끼 고라니들이 스스로 포도송이 모양의 변을 보고 사료와 식물을 뜯어 먹을 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며 크게 감동했다. 지금까지 우리의 곁에서 건강하게 성장해준 어린 고라니들이 하루빨리 자연으로 돌아가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가슴 아팠던 고라니의 가쁜 숨


DSC00849.JPG » 부상 당해 저항할 힘도 없이 가쁜 숨을 내쉬는 고라니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김봉균


야생동물이 구조되어 방생되기까지의 과정은 생각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구조된 모든 동물이 치료를 받아 풀려나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도움의 손길조차 내밀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 앞에서 한없이 작아져만 가는 야생동물을 볼 때면 같은 인간으로서 죄책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6주라는 실습 기간 동안 구조센터에서 수많은 동물의 생사가 좌우되는 것을 보았다. 저항할 힘조차 없어 사람의 손을 거부하지 않고 가쁜 숨을 내쉬는 고라니를 보며 가슴 아파한 적도 있었고, 치료를 받고 자연으로 돌아가 자유를 만끽하며 비행하는 황조롱이를 보며 감동을 한 적도 있었다. 구조되는 개체 수보다 방생 되는 개체 수는 적지만, 하나의 생명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구조센터 선생님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c8.jpg »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짬짬이 세미나를 통해 야생동물에 관한 전문 지식을 쌓은 것도 값진 경험이었다.


날씨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동물을 구조하다가 사고위기에 처한 선생님과 동물치료를 위해 보정을 하다가 동물의 날카로운 발톱에 상처를 입으신 선생님도 계셨고, 야행성 동물을 적절한 장소에 방생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고생하시는 선생님과 심지어는 털 알레르기가 있는데도 동물의 재활을 위해 노력하시는 선생님도 계셨다. 실습 기간 내내, 열정이 넘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끊임없이 자극을 받았고, 내가 지금까지 야생동물을 위해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씩 진행된 선생님들의 세미나를 통해서 야생동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것도 값진 기회였다. 이번 실습 활동을 통해 배우게 된 전문 지식을 토대로 야생동물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여,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끝으로, 6주간의 실습 기간 동안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실습을 잘 마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모든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야생동물을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우리와 동등한 객체로 바라보고, 그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윤리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그런 고민과 앞으로 쌓게 될 지식을 토대로 그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글·사진 최유리/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2017 실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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