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상승 제주가 목포 5배, 지역별 대책 세워야

육근형 2017.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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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은 연안 지반운동, 인근 해역 수심, 지형 따라 다 달라
기후변화 대응책은 해수면 상승폭 훨씬 큰 기존 재해대책 안에 포함돼야

j11.jpg » 지난해 11월 15일 지구와 달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지는 '슈퍼문'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자 제주시 한경면 용수~신창 해안도로에 바닷물이 넘치고 있다. 연합뉴스

“2100년, 해수면 상승 1m”, 이렇게 쓰면 사람들이 변할까?
“2100년, 해수면 높이 1m가량 상승.” 2013년 어떤 환경전문지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에서 제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그해 가을에 발간했는데, 이를 국내에 소개한 기사였다. 

기후변화에 관한 우리에게 익숙한 기사이다. 그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기후변화 문제에 명망 있는 과학자 수십, 수백 명이 과학적인 검토 과정을 거쳐 미래 지구환경 변화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다. 지구온도 상승이든 해수면 상승이든 마찬가지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영향을 받는지를 언급하고, 나아가 우리가 아는 여러 도시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으로 마무리된다. 남태평양의 투발루가 금세기 안에 바닷물에 잠겨 국가 자체가 사라질 운명이라는 사례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정말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에는 2100년까지 해수면이 1m 상승한다고 적혀 있을까? 맞다. 하지만 일부만 맞다. 그 예측치는 기후변화를 예측할 때 사용한 네 가지 시나리오 중 최악의 시나리오, 그 시나리오에서도 희박한 확률(약 5% 발생확률)로 제시한 수치다. 아무런 조처 없이 지금의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시나리오인 RCP 8.5에서 해수면 상승은 평균 0.74m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5%의 발생확률로 함께 제시한 값이 0.52m에서 0.98m이다. 즉, 이 문제를 다룬 기사들은 발생 가능한 다른 세 개의 시나리오는 배제한 채, 최악 상황의 시나리오만을 소개한 것이며, 그 시나리오에서조차 매우 희박한 경우(5%의 발생확률)로 발생할 수 있는 98㎝ 해수면 상승을 기정사실화했다. 

비록 낮은 확률이어도 위험에 대비하고 경각심을 주고자 하는 의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부풀리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정책 역시 다른 정책처럼 제한된 자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해 투입하는 과정이다. 정확한 정보에 근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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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에 대한 시나리오별 예측 결과 : 위 그림은 2081년부터 2100년까지의 평균치로 RCP8.5에서 해수면 상승 평균 예측값은 0.63m(0.45-0.82m)이며, 2100년 기준으로 인류가 온실가스 저감에 아무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가정한 RCP 8.5에서도 예측한 해수면 상승값은 0.74m임. 자료: Church et al.(2013), p.1180(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 제1작업반 보고서 중) 

열대성 폭풍우는 해수면을 수 m 이상 끌어올려 

잠시 화제를 돌려 태평양 건너 미국의 상황을 보자. 지난여름 미국은 엄청난 규모의 허리케인을 직격으로 맞았다. 허리케인 하비(Harvey) 이야기다. 하비는 과거 50년 동안 텍사스주에 상륙한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이십만 가구 이상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70여 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도 알려졌다.1) 피해액만 우리 돈으로 130조원(1200억 달러) 이상 200조원(18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된다. 이는 미국에 가장 큰 피해를 끼쳤다고 하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버금가는 피해규모이다.2)

그렇다면 미국의 허리케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매해 크고 작은 영향을 주는 열대성 폭풍우인 태풍으로 인한 주된 피해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당연한 얘기지만 열대성 폭풍우는 바람은 물론 큰비를 몰고 온다. 이번 하비 내습 당시 텍사스 일부 지역에서 누적강수량만 무려 1600㎜가 넘기도 했다. 평소보다 집중된 호우는 도시의 배수용량을 넘어서기 일쑤다. 하비가 상륙한 휴스턴시에 발달해 있던 운하와 관개 시스템은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둘째, 열대성 폭풍의 피해는 연안의 저지대에 집중된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휴스턴시는 물론이고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를 입은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즈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지역 모두 걸프만 연안의 광활한 저지대에 만들어진 도시로 본래 습지가 발달한 곳이어서 과거부터 범람의 피해가 잦은 곳이다. 특히 이번에 하비는 텍사스주에 상륙한 후 방향을 틀어 해안을 따라 500㎞ 이상 이동하면서 연안 저지대를 침수시켰다. 우리나라에 태풍 매미가 내습했을 때에도 마산만에서 피해를 입은 구역은 연안과 하천 주변의 매립지에 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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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로 피해를 입은 텍사스주 연안 지역. 자료: 뉴욕타임즈(2017.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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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만 해일침수 재해 지도. 해안지역에서는 2m 이상의 침수 흔적이 나타났고 주로 매립지를 따라 침수가 발생했다.

셋째, 바다의 조위 변화다. 폭풍이 연안에 상륙할 때 바다의 물때가 고조(高潮)인 경우 피해는 배 이상 늘어난다. 폭풍해일이 고조를 타고 더 높은 해수면을 만들어 해안으로 밀려들고, 내륙의 막대한 빗물은 빠져나갈 곳을 못 찾다 결국 둑은 터지고 범람한다. 전자를 외수침수, 후자를 내수침수라 한다. 내우외환(內憂外患)이 아닌 내수외수(內水外水)의 상황을 맞는 격이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해수위는 평소보다 3~6m 더 상승했고, 올해 상륙한 허리케인 하비는 바다 수위를 4m 이상 밀어 올렸다. 2003년 우리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 매미 역시 해수위를 평소보다 2m 이상 밀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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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내습 당시 마산항 조위 변화 : 태풍이 상륙한 시점이 만조 때와 겹친 데다 태풍과 함께 밀려온 폭풍해일로 평상시 해수위보다 2m 이상 해수위가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김차겸(2003)

기존의 정부 대책과 계획에 기후적응대책이 반영되어야 

반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률은 얼마나 될까? 국립해양조사원이 관측한 해수면 높이 자료를 가지고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해역은 과거 약 30년간 연평균 2.5㎜의 상승률을 보였다. 상승률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제주 인근 해역에서는 연간 5.7㎜에 달하는 높은 상승률을 보이지만, 서해는 1.3㎜, 남해는 2.0㎜ 수준이다. 더욱이 같은 남해에서도 거문도는 5.6㎜인 반면, 가까운 추자도에서는 2.1㎜ 수준이다. 이처럼 지역별로 해수면 상승률이 다르게 관측된다. 이는 연안지역에서 지반의 상하 운동이나 인근 해역의 수심, 연안의 지형에 따라 해수면 상승이 각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주에서와 같이 높은 해수면 상승률만을 기준으로 해수면 대책을 논하기보다는 지역별로 다른 해수면 상승에 대한 원인과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우선이다. 해수면 상승은 기후변화 같은 지구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태풍 대비나 연안 개발과 같은 지역적 대응이 이루어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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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안의 해수면 상승률. 자료: 국립해양조사원(2010)

지금도 바닷가에 나가면 매일 수 m에 달하는 조차로 물이 들고 난다. 큰 파도나 해일, 태풍이라도 오게 되면 거기서 다시 수 m 이상 해수면이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100년 후 1m 해수면 상승에 대비한 대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까?

예를 들어 2100년 해수면 높이를 가정하여 연안 지역의 시설물 등의 기준을 높이고자 해도 수십 년에 불과한 시설물의 수명을 고려하면 과도한 수준을 요구하는 대책이 되기 쉽다. 연안의 시설물 수명이 2100년까지 가지도 못하는데 2100년에 예측되는 해수면 높이에 대응하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시설의 수명이나 설계수명을 고려해 20~30년 내를 목표로 해서는 해수면 상승이 평상시 다른 태풍이나 해수면 변화에 비해 작기 때문에 특별히 차별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가 역시 어렵다. 기존의 풍수해대책에 이미 태풍 내습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나 집중호우에 대비하는 현실적인 대책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 이미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른 '풍수해 저감 종합계획'에 태풍이나 해일 등 대규모 기상 현상에 대한 대비가 포함되어 있다).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과 같은 추가적인 변화는 여기에서 함께 고려하면 될 일이다. 과도하게 부풀린 측면이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문제’를 대응하느라 당장 현실적인 대비가 필요한 ‘지역적 해수면 상승 문제’를 소홀히 다루거나 미뤄서는 안 된다. 그동안 노하우와 경험이 쌓여온 지역적 해수면 상승 대책에 기후변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 대책을 포함하여 다루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정부 정책을 별도의 정책으로 추진하기보다는 원칙적으로 기존에 있던 관련 정책에 녹여내야 한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5년마다 수립하는데, 사실 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재해·재난이나 풍수해 대응 정책에 기후 적응대책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별로 해수면 변화의 원인과 피해양상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적인 고려 역시 중요하다. 중앙정부가 수립하는 기후변화 적응대책에서는 장기목표를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리되, 분야별 관련 정책이나 지역계획에서는 기후변화 적응대책을 반영해 실행하고 확인하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육근형/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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