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249년 만에 ‘바다소’의 완벽한 골격이 발견됐다

조홍섭 2017. 11. 29
조회수 7853 추천수 0
러시아, 길이 6m 스텔러바다소 골격 발굴
1741년 첫 발견…27년 후 남획으로 멸종

14_новый размер.JPG » 러시아 코만도르스키예 제도 자연보호구역 관계자 8명이 스텔러바다소의 골격을 4시간 만에 발굴했다. 코만도르스키예 제도 자연보호구역 관리사무소 제공.

지난 1만년 동안 지구에 생존했던 포유류 가운데 고래 다음으로 큰 동물은 아마도 스텔러바다소일 것이다. 듀공이나 매너티와 가까운 듀공과의 해양 포유류인 이 동물은 1741년 난파한 베링 해 탐험대에 의해 발견된 뒤 동물 멸종사에서 최단기간인 27년 만에 멸종했다. 바닷가에 떠서 해조류만 뜯어 먹던 거대한 몸집의 평화롭고 가족애가 두텁던 이 동물의 생전 모습을 더 잘 알 수 있는 골격이 발견됐다.

COURTESY OF BIODIVERSITY HERITAGE LIBRARY (CC BY), CREATIVE COMMONS.jpg » 베링 해의 얕은 바다에서 해조류를 뜯는 스텔러바다소 상상도. 생물다양성 유산 도서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러시아 코만도르스키예 제도 자연보호구역 관리사무소는 16일 누리집에서 이 제도의 코만더 섬 해안에서 두개골을 빼고 거의 완전하게 보전돼 있는 스텔러바다소의 골격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마리나 쉬토바 연구원은 정기적인 순찰을 하다가 해안에 뼈 일부가 울타리처럼 삐져나와 있는 것을 보고 발굴에 나섰다고 밝혔다.

Commander_Islands_Map_-_Russian.png » 캄차카 반도 동쪽에 위치한 코만도르스키예 제도. 왼쪽인 코만더 섬이고 오른쪽이 베링 섬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바다소의 뼈는 자갈과 모래로 이뤄진 해변 70㎝ 깊이로 묻혀 있었는데 나중에 복원에 대비해 뼈대에 일일이 식별 표시를 하면서 발굴해 8명이 4시간 동안 작업을 해야 했다. 뼈대의 길이는 5.2m로 이번에 찾지 못한 머리 부분을 포함하면 살아있을 때 이 바다소의 크기는 6m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됐다. 관리사무소는 이 뼈대를 바탕으로 스텔러바다소의 뼈대 모형을 복원해 방문자 센터에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텔러바다소 골격 발굴 과정

2_новый размер.JPG » 코만도르스키예 제도 자연보호구역 관리사무소 제공.
 
3_новый размер.JPG » 코만도르스키예 제도 자연보호구역 관리사무소 제공.
 
8_новый размер.JPG » 코만도르스키예 제도 자연보호구역 관리사무소 제공.
 
12_новый размер.JPG » 코만도르스키예 제도 자연보호구역 관리사무소 제공.
 
13_новый размер.JPG » 코만도르스키예 제도 자연보호구역 관리사무소 제공.

이 발굴 소식을 들은 바다소 전문가 로렐라이 크레라르 미국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현장에서 원형 그대로 발굴된 바다소는 이것이 처음”이라고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코만더 섬은 스텔러바다소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곳이다. 약 260만년 전인 플라이스토세부터 베링 해를 중심으로 찬 바다에 살아온 이 거대 동물이 처음으로 유럽인과 맞닥뜨린 것은 1741년이었다. 비투스 베링이 이끄는 2차 캄차카 탐험대가 알래스카를 발견하고 귀항하던 길에 베링 해 동쪽의 코만더 섬에 배가 난파했다. 이 배에 타고 있던 박물학자 게오르그 빌헬름 스텔러는 살아남은 선원들이 자투리 선체 조각으로 보트를 만들어 이듬해 탈출하기까지 야생동물을 관찰했다. 얕은 바닷가에서 느리게 헤엄치면서 빽빽한 대형 해조류(켈프)를 뜯어 먹는 거대한 동물을 그가 놓칠 수는 없었다.
 
스텔러바다소는 몸길이 9m에 무게가 8∼10t에 이를 만큼 컸다. 찬 바다에 적응해 지방층의 두께가 8∼10㎝에 이르렀고 피부 두께도 2.5㎝나 돼 완전히 잠수하는 게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래로 향한 주둥이와 두툼하고 삐죽 튀어나온 윗입술은 해조류를 뜯어 먹기에 적합했고, 이 대신 케라틴으로 된 2개의 치판으로 으깨어 삼켰다. 
 
거대한 바다소의 존재가 물개와 모피 사냥꾼에 알려지자 당시만 해도 약 2000마리가 남아있던 스텔러바다소는 손쉽게 다량의 고기와 지방, 가죽을 구할 대상으로 전락했다. 느리고 순한 이 동물의 저항수단은 오로지 두터운 피부였지만 살육을 피하지 못했다. 게다가 가족애가 강해 새끼나 배우자만 잡아도 한 가족을 모조리 잡을 수 있었다. 스텔러는 1751년 이런 기록을 남겼다.
 
“암컷을 잡으면 수컷이 다가와 구하려 안간힘을 쓴다. 아무리 두들겨 패도 결국 해안까지 따라온다. 다음 날 아침 고기를 자르기 위해 나가 보면 수컷은 아직도 암컷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Biodiversity Heritage Library.jpeg » 스텔러가 그린 스텔러바다소 해체 모습. 생물다양성 유산 도서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은 “스텔러바다소가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한 도살 때문에 멸종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최근 사람의 직접 영향 이외에 간접적인 영향도 멸종을 부채질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람이 모피를 얻기 위해 해달을 대규모로 잡았는데, 이 때문에 해달의 먹이인 성게가 급증했고 성게가 해조류를 먹어치워 바다소를 멸종에 몰아넣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이런 간접적인 요인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사람이 발견할 때 이미 절멸 단계에 접어든 바다소가 사람의 포획압력을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적색목록은 “바다소와 해달의 포획이 모두 벌어졌기 때문에 바다소가 급격히 줄어들어 멸종한 것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라고 적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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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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