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m 마리아나 해구에 내장 보이는 꼼치 산다

조홍섭 2017. 12. 07
조회수 681 추천수 1
반투명 피부에 비늘도 없어
경쟁자 없어 최상위 포식자 구실

1-KakaoTalk_20171206_100630089.jpg » 마리아나 해구에서 미끼에 유인된 세계에서 가장 깊은 곳에 사는 물고기인 마리아나꼼치. 앨런 제미슨 박사 제공.

심해어라면 몸통의 절반이 입이고 그 안에 날카로운 이가 삐죽 튀어나온 기괴한 모습의 물고기가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그런 선입견을 깨뜨린 심해어가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에서 확인됐다.
 
매켄지 게링어 미국 워싱턴대 해양생물학자 등 미국과 영국 연구자들은 2014∼2017년 사이 세계 최고의 심연인 마리아나 해구에서 어류를 조사했다. 수심 6900∼8000m 깊이에 고등어 미끼와 함께 카메라를 내려보내 몰려든 물고기를 촬영했다. 장비를 해구 바닥에 내리는 데만 4시간이 걸렸다. 12∼24시간 뒤에는 음향신호를 보내 추를 떼어내고 부이를 이용해 장비가 수면에 떠오르게 하는 방식의 조사였다. 이 조사에서 모두 37마리의 새로운 종의 꼼치를 발견해 마리아나꼼치(Pseudoliparis swirei)로 이름 붙였다.

2-Paul Yancey.jpg » 연구자들이 마리아나 해구에 미끼와 카메라를 단 조사장비를 내려보내는 모습. 내리는 데만 4시간이 걸린다. 폴 얀시 제공.

해구 바닥 환경은 엄혹하다. 수압은 대기압의 약 1000배로, 엄지손가락 위에 코끼리를 올려놓은 것과 같은 힘이 작용한다. 칠흑 같은 어둠에 수온은 1∼4도로 차다. 어떤 물고기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런 심해에서 발견한 물고기는 뜻밖에도 연약하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게링어 박사는 “그처럼 극단적인 환경에 살아가는데도 그다지 탄탄하거나 강하게 생기지 않았다”며 “그렇지만 아주 잘살고 있었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4_Mackenzie Gerringer_University of Washington.jpg » 마리아나꼼치를 잡아 배 위에 올린 모습. 비늘이 없고 피부가 반투명하다. 매킨지 게링거 제공.

채집한 마리아나꼼치의 크기는 8.9∼23.5㎝로, 연한 분홍색 피부는 반투명해 내장이 일부 드러나 보였고 비늘도 전혀 없었다. 겁나는 심해 포식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들은 심해의 최상위 포식자였다. 토마스 린리 영국 뉴캐슬대 해양학자는 “꼼치는 다른 물고기가 살지 못하는 점점 더 깊은 바다에 적응하다 해구에서 살게 됐다. 이곳에는 다른 포식자도 없고 해구의 지형이 깔때기처럼 모아줘 먹이도 풍부하다. 꼼치는 무척추동물 먹이가 많은 이곳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활동적이고 아주 잘 먹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3_Adam Summers_University of Washington.jpg » 시티 스캔으로 촬영한 마리아나꼼치의 모습. 초록색은 이 물고기가 잡아먹은 무척추동물이다. 애덤 서머스 제공.

꼼치과 어류는 세계에 400종 이상이 있으며 가장 넓고 광범하게 분포하는 물고기의 하나이다. 온대에서 한대에 걸쳐 조간대부터 심해까지 분포한다. 이번에 확인된 종은 수심 7966m에서 채집했고, 8143m에서 촬영에 성공했다. 연구자들은 “이로써 경골어류가 살 수 있는 한계수심은 8200m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이 물고기의 학명에 “해양연구에 기여하는 선원에 대한 고마운 뜻을 담아” 마리아나 해구를 1875년 발견한 영국 탐사선 챌린저호의 일등항해사 허버트 스와이어의 이름을 땄다.

5마리아나.jpg » 마리아나 해구와 심해어 조사 지점(검은 점). 매킨지 게링거 외(2017) ‘동물 분류’

마리아나 해구는 필리핀 동쪽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초승달 모양의 해역으로, 길이 2550㎞ 폭 69㎞에 가장 깊은 ‘챌린저 디프’의 수심은 10994m로 에베레스트 산이 모두 잠길 깊이이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동물 분류>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ckenzie E. Gerringer et al, Pseudoliparis swirei sp. nov.: A newly-discovered hadal snailfish
(Scorpaeniformes: Liparidae) from the Mariana Trench, Zootaxa 4358 (1): 161–177, https://doi.org/10.11646/zootaxa.43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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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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