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증가, 우리는 어떤 디스토피아에 살게 될까

안재정 2018. 01. 08
조회수 6802 추천수 1
영화로 환경읽기 26.‘월요일에 벌어진 일’(What Happened to Monday)
과잉 출산 아이 냉동 보관하는 끔찍한 미래
인구정책이 개인의 의지와 삶 침해 못해

w1.jpg » 영화 ‘월요일에 벌어진 일' 포스터.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영화인 ‘What Happened to Monday?’는 미래의 인구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수퍼푸드의 부작용으로 다둥이 출산이 급증해 새로운 인구 문제가 일어난다는 배경에서 시작한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1가구 1자녀의 산아제한법을 발효시키고, 곳곳마다 검문소를 설치하여 수시로 신분증을 확인한다. 첫째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감시국이 체포해 냉동수면실에 보관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일란성 수정란에서 태어난 일곱 쌍둥이 자매이다. 감시국을 피해 이들은 캐런셋맨(누미 파라스가 1인 7역을 맡았다)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일주일에 하루씩을 살아간다. 그리고 일곱 자매는 집에서 월, 화, 수, 목, 금, 토, 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한 명보다 일곱 명이 낫다”고 말하는 자매의 할아버지는 서로 갖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하지만 능력만 일곱 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도 일곱 배를 부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한 명이 몰래 집을 나가 검지 마디를 잃게 되자 다른 여섯 명도 똑같이 보이기 위해 모두 검지 마디를 자른다. 당연히 병원에서 치료 받지 못한다. 이러한 일곱 자매의 인생의 무게감은 30년 후 성인이 된 캐런셋맨을 짓누르고, 어느 날 일곱 자매 중 먼데이가 그 무게감을 감당하지 못하고 사라지게 된다. 먼데이는 왜 사라진 것일까? 먼데이가 갖게 된 여섯 자매들과 나눌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되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 속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실상이 드러나게 된다.

w2.jpg » ‘목요일’의 일탈로 나머지 여섯 자매는 검지 마디를 잃게 된다.

영화 속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세계는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류가 선택한 것은 유전자 조작 기술로 만든 유전자 변형 생물체(지엠오, GMO)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은 세계적으로 다둥이 출산과 유전적 결함을 지닌 아이들이 점점 많이 태어나는 등의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러한 지엠오에 대한 우려는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지엠오 작물들은 몬산토가 개발한 제초제 농약인 라운드업 즉, 글리포세이트를 사용하여 재배되고 있다. 글리포세이트는 항생제로 작용하여 장내 필수 미생물 제거, 간 독성물질 제거 방해, 발달 저해, 태아 기형아 발생, 내분비계 장애로 인한 인체 호르몬 교란, 유전자 변형과 발암, 세포 파괴, 단백질 합성 방해 등을 일으킨다.1) 이에 2015년 국제보건기구(WHO)는 글리포세이트를 2A급 발암 가능성 물질로 규정한 바 있다. 즉 지엠오 작물의 확대는 글리포세이트의 사용량을 증가시키며, 이는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2016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총 1067억 712t의 지엠오 농산물이 우리나라에 수입됐고, 이 가운데 주요 식품 대기업 다섯 곳은 전체 수입량의 99%에 달하는 1,066억 975t을 수입했다. 2015년 지엠오 수입물량 1082만1000t 중 77%(853만8000t)는 사료용으로, 나머지 23%(228만3000t)는 다양한 가공을 거쳐 우리 식탁으로 올라왔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식탁도 글리포세이트의 위협에서 안전하지 못하다.
  
영화 속에서 유전자 기술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류의 기대는 인구의 급증과 유전적 결함이라는 문제를 불러왔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는 생물학자인 니콜렛 케이맨 박사(글렌 클로즈 분)를 중심으로 ‘산아 제한법’이라고 불리는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하게 한다. 지구는 1가구 1자녀만을 허용하는 곳이 되어야 하며, 우리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시작된 이 정책은 과잉 출산된 아이들을 냉동수면 장치에 넣어 인간적이면서 평화로운 상태로 만들어 인류가 더 밝고 살만 한 미래를 건설하는 동안 잠들게 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정책은 가능할까?

w3.jpg » 1970년대 후반 중국의 인구정책인 계획생육정책 홍보 포스터. “혁명을 위해 늦게 결혼하고 계획 생육을 합시다.”라고 적혀 있다.

인구 증가에 대한 이러한 해법은 현재 우리에게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한다. 과거의 타율적인 인구 억제 정책과 미래의 자율적인 영생 정책이 그것이다. 과거의 타율적인 인구 억제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1978년부터 중국은 국가 규모의 산아제한정책을 시행하였고, 과거의 1자녀 정책은 2016년 2자녀 정책으로 변경되어 시행되고 있다. 사실 중국의 ‘1자녀 정책’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예외 조항을 두고 있었다. 도시에 사는 부부 양쪽이 외동이면 자녀를 두 명 가질 수 있으며, 농촌에서는 일손이 부족하고 남아 선호사상이 높아 첫째가 여아이면 둘째까지 낳을 수 있다. 그리고 소수민족에 대한 보호책으로 인구 1000만 명 이하의 소수민족은 2자녀 이상이 허용된다. 이러한 부분적 허용에도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인권침해의 소지와 주류 민족인 한족이 차별을 받는데 대한 민족적 갈등의 소지가 있었다. 현재 중국의 1자녀 정책은 완전폐지를 향해 가고 있으며, 2자녀까지 허용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두 번째는 미래의 자율적인 영생 정책이다. 아직까지 이러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는 국가는 없다. 다만, 영화 속에서처럼 냉동 수면장치를 만들어 인간의 육신을 저장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미국 알코어 생명연장재단(The 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이다. 애초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은 인구 문제에 대한 접근에서 시작되었다. 암 등 불치의 병을 앓다가 치료법을 찾지 못해 죽은 이들을 의학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발달한 미래에 깨어나게 하여 치료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다. 그 방식은 대략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시신을 얼음에 넣고, 심폐 소생 장치로 호흡과 혈액 순환 기능을 복구한다. 그리고 피를 뽑아내고 정맥주사를 놓아 세포의 부패를 지연시킨 상태에서 시신을 냉동 보존실로 옮다. 이제 혈액 대신에 동결 방지제를 투입하고, 급속 냉각시킨 뒤 액체 질소 캡슐에 거꾸로 넣어 장기간 보관한다. 다시 깨어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 재단에서는 보관된 몸을 시신이 아닌 환자로 부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동물 세포를 완벽하게 해동하는 기술은 없으며, 특히 뇌를 해동 후 복원하는 방안은 없다. 더욱이 현재 몸 전체를 저장하는 데에는 약 20만 달러(한화 약 2억 2200만원), 머리와 척추 일부를 저장하는 데에는 8만 달러(한화 약 8900만원)정도의 막대한 비용이 든다.

w4.jpg » 알코어 생명연장 재단의 시설을 설명하는 CEO 맥스 모어(오른쪽) - Singularity Weblog 제공.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에는 2017년까지 1646명 넘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152명의 시신이 냉동 보존 중이라고 한다. 보관 중인 시신 가운데 유명한 사람으로 2002년 메이저리그 ‘타격의 신’으로 추앙 받던 야구선수 테드 윌리엄스가 있으며, 회원으로는 우리에게 미래 학자로 익숙한 레이 커즈와일(Raymond Kurzweil)이 있다. 커즈와일은 앞으로 20년 후가 되면 영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영양제를 하루에 100알씩 먹는다고 하니,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에 가입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영화 속 이야기처럼 인구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을 생산과 소비의 측면에서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인간을 소비의 주체로 본다면 영화 속 니콜렛 케이맨 박사가 ‘화요일’을 잡아 질타하는 장면에서 일곱 자매들이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공급될 음식과 물을 착취한 것에 대한 언급이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인간을 생산의 주체로 생각한다면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인간 자체는 정보화 사회에서 데이터를 생산하며, 자연이 하고 있는 창조의 역할 중 일부를 수행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w5.jpg » ‘월요일’과 ‘일요일’의 운명적 만남.

인간은 그 자체로서 존엄하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월요일’이 다른 자매들을 배신하고 일탈을 하게 된 배경에는 집단이 개인에게 부여한 책임감과 희생을 벗어나 자신의 자아와 삶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인구 문제는 단순히 생산과 소비, 부분과 전체의 문제를 넘어 그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인간 욕망의 근원인 생명의 잉태 과정과 종 번식의 욕구는 사회 제도와 과학 기술로 규제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가임기 여성 분포도를 지도에 표시하려는 시도가 많은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인구 문제는 단순히 숫자를 다루는 문제가 아닌 이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삶과 사랑에 대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어떠한 정책도 개인의 의지와 삶을 침해할 수 없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과학 기술도 아직은 그 한계가 분명하다. ‘월요일’은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감과 희생을 감당해야 되는가? 그 질문에 대해 우리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한다. ‘월요일’에게 일어난 일은 언젠가 나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에 그 선택은 불확실하고, 선택한 의지에 대해 존중 받아야 한다. ‘월요일에 벌어진 일’은 과거형에서 시작해서 미래형으로 답을 해야 되는 질문인 것이다.

안재정/ 환경과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송내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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