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없으면 못 살아”, 식물-개미 공생 공룡시대부터

조홍섭 2018. 11. 29
조회수 2700 추천수 1
식물은 꿀물, 지방 덩이, 집 제공…개미는 방어와 씨앗 확산
중생대 백악기 개미가 먼저 접근, 식물이 반응해 공생 심화

a1.jpg » 식물과 개미는 오랜 진화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의 ‘노예’가 되기도 하는 공생 관계를 이루었다. 가시의 빈 공간을 개미의 집으로 제공하는 아카시아. 코리 모로, 필드 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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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봄꽃인 깽깽이풀과 현호색은 씨앗을 받아두었다가 심어도 싹이 잘 나지 않는다. 김갑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팀은 개미를 통해 그 비밀을 풀었다. 

지난해 12월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보면, 이들 야생화는 씨앗 끝에 작은 지방 덩어리(엘라이오솜)를 붙여 떨어뜨린다. 털왕개미, 곰개미, 고동털개미 등은 이 씨앗을 굴로 가져간 뒤 지방만 떼어내 애벌레 먹이로 주고 씨앗은 집 안에 버린다. 식물로서는 씨앗을 다른 동물이 먹지 못하고, 먼 곳으로 퍼뜨리며, 싹 트기 적당한 곳에 묻히는 이득을 본다. 

연구자들은 “깽깽이풀과 현호색 씨앗은 미성숙 상태로 떨어진 뒤 개미집으로 옮겨져 서서히 배를 발달시켜 이듬해 봄 싹트도록 진화했다”며 “씨앗을 받자마자 바로 심는 것이 발아율을 높인다”라고 밝혔다.

꽃며느-1.jpg » 꽃며느리밥풀 씨앗에 달린 지방 덩어리(흰 부분)는 개미 애벌레의 먹이가 된다. 김갑태 (2014) ‘한국환경생태학회지’ 제공.

이처럼 지방 덩어리를 붙여 씨앗을 퍼뜨리는 식물은 세계에 77과 1만1000종이 넘는다. 개미를 위한 식물의 선물 보따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꽃 이외에 잎이나 가지에서 달콤한 꿀물을 분비하는 식물은 100과 4000종에 이른다. 또 50과 700여 종의 식물은 개미를 위한 보금자리를 제공한다. 

개미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식물을 해치는 다른 동물을 쫓아내고 해로운 미생물을 제거하며, 꽃가루를 옮겨 주기도 한다. 밑드리개미속의 한 종은 대극과 식물에 먹이와 집을 온전히 의존해 이 식물을 떠나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자연 상태에서도 이 식물 밖에서는 이 개미를 전혀 관찰할 수 없을 정도다(▶관련 기사: ‘적의 적’도 지켜주는 커피나무 개미의 더불어삶).

a2.jpg » 나무에서 전적으로 의존해 사는 쪽으로 진화한 개미. 코리 모로, 필드 박물관 제공.

수많은 종의 개미와 식물이 서로를 이용해 살아가도록 적응해 진화했다. 개미와 식물의 이런 끈끈한 유대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또 누가 먼저 ‘같이 살자’고 했을까. 방대한 디엔에이(DNA) 데이터와 생태학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개미와 식물 상호관계의 진화사를 추적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매튜 넬슨 미국 필드 자연사박물관 박사후연구원 등 이 박물관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 12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개미 1700종과 식물 1만 속의 유전적 역사를 분석한 결과 개미와 식물의 오랜 공진화 역사는 처음 개미가 식물에서 먹이를 구하는 것으로 시작됐고, 나중에 식물이 ‘개미 친화적’ 형질을 진화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라고 밝혔다.

a4.jpg » 나뭇잎에서 개미를 위해 분비하는 꿀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개미와 식물이 관계를 맺게 된 배경은 중생대 속씨식물의 등장이었다. 공룡시대 동안 겉씨식물은 쇠퇴해 꽃을 피우는 속씨식물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때까지 땅 위에서 먹이를 찾던 육식성 개미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나무에서 새로운 식물성 먹이를 찾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개미가 식물성 먹이를 먹기 시작한 것은 중생대 백악기 초이고 식물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백악기 말”이라며 “그러나 본격적으로 나무를 서식지로 삼은 것은 신생대 동안”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식물은 개미가 다가온 뒤에야 반응을 시작했다. 백악기 중반에 개미에게 줄 꿀물을 분비하는 식물이 출현했고, 지방 덩이가 붙은 씨앗은 중생대와 신생대 경계 즈음에, 식물에 개미를 위한 집을 마련한 것은 신생대 초로 드러났다.

a3.jpg » 나무에 침입한 다른 종 개미를 퇴치하는 베짜기개미 무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개미들이 먼저 식물에 둥지를 틀고 식물에서 얻은 먹이를 먹었다. 이후 식물도 꿀물, 지방 덩어리, 거주지 등 개미를 위한 특별한 구조를 진화시켰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넬슨은 “일부 개미는 식물에서 먹이를 찾고 집을 지었지만 다른 개미는 식물에 그다지 의존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나무에서 먹이를 찾다가, 이어 식단에 식물을 포함했고, 나중에는 나무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나무에 대한 의존을 단계적으로 심화시켰다.”라고 이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a5.jpg » 개미와 공존하는 쪽으로 진화한 대표적인 식물인 아카시아의 가시 집 근처에 개미들이 몰려 있다. 라이언 소맥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논문은 그 과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개미 가운데 ‘얼리 어답터’가 새로 등장한 나무를 탐색하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나뭇진을 맛보았고, 깍지벌레나 진딧물을 잡아먹다가 꽁무니에서 분비되는 감로를 먹기 시작해 나중에 전적으로 나무에서 먹이를 구하는 쪽으로 적응했다. 나무에 전적으로 의존해 사는 개미가 등장하기까지 5000만년 이상 걸리는 긴 과정이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tthew P. Nelsena et al, Ant–plant interactions evolved through increasing interdependence,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7197941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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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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