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믿지 않아", 트럼프와 기후변화 대응

육근형 2018. 12. 05
조회수 2924 추천수 0
캘리포니아 산불이 기후변화 때문이든 아니든, 당장 대응 필요한 건 분명
기후변화 이전에 자연을 이용하는 방식이 대규모 재앙 부르지 않나 살펴봐야

t1.jpg » 미국 연방정부의 공식 기후변화 보고서에 대해 "믿지 못하겠다"는 트럼프 미 대통령. '비비시' 인터뷰 화면 갈무리.

“난 믿지 않아(I don’t believe it).”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최근 발간된 한 보고서를 두고 한 말이다. 이 보고서는 미국 연방 법률에 근거해 트럼프 정부의 13개 정부기관이 낸 ‘제4차 국가 기후 평가(Fourth National Climate Assessment)’로, 여기에는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기후 과학자 300여 명을 비롯해 금융과 경제 전문가까지 1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 보고서는 미국 사회 전반에 걸쳐 기후변화 영향이 어떻게 나타날지 꼼꼼히 보여주며,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산정했다. 최악의 시나리오 기준으로 금세기 말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한다고 한다. 작년 미국의 국내총생산이 19.4조 달러, 한화로는 약 2경 원에 달하니, 기후변화 피해 금액으로만 약 2000조 원을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내놓은 정부의 최고 수장은 이를 한마디로 거부했다. “난 못 믿겠다고.”

어떤 이는 신뢰를 보내지 않지만, 최근 미 서부 지역에서는 기후변화 보고서에 우려한 것처럼 산불이 늘어나고 있다. 마침 점점 더 가물어지는 이 지역의 여름 날씨 때문에 산불이 늘고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1). 산불 관측이 시작된 1932년 이후 최악의 산불 10건 중 9건이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이 중 5건은 2010년 이후에 집중되었고, 2018년에만 두 건이 일어났다. 

특히 올해 샌프란시스코 북쪽에서 발생한 ‘캠프 파이어’ 산불은 이 지역에서 겪은 최악의 산불에 해당한다. 이름처럼 캠프 파이어 정도에서 머물면 좋으련만(미국 산불은 발화지역의 지명을 딴다. 이번 산불은 캠프 크릭(Camp Creek)이라는 도로명에서 왔다), 이 산불은 서울시 면적과 같은 6만 헥타르의 산림 지대를 태우면서, 가옥만 1만4000채를 집어삼켰고, 사망자는 88명에 이른다(11월 26일 기준). 아직도 203명이 실종상태이니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것 같다. 더욱더 안타까운 사실은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 중 가장 젊은 나이가 58세였고, 최고 95세인 피해자도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가장 안전해야 할 자기 집에 머물다 변을 당했다. 각종 재난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먼저 집중된다는 불편한 우려가 증명된 셈이다. 

03.jpg » 11월 10일 캘리포니아 캠프파이어의 직격탄을 맞은 파라다이스 마을이 불에 타고 있다. afp=연합뉴스

산불이 휩쓸고 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본 ‘파라다이스’ 마을을 비추는 항공 영상은 절망적인 모습으로 가득했다. 한때 누군가에게는 파라다이스였을 이곳의 집들은 빠짐없이 재로 변해 있었고, 불길을 피한 사람들은 월마트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몸을 의탁할 수밖에 없었다(더욱더 안타까운 점은 자신의 집을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당수의 사람은 노숙자 신세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산불이 난 지 열흘이 다 되어서야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뒤늦은 방문을 두고 언론에서 엄청나게 문제 삼았겠지만, 이 꿋꿋한 거구의 사나이는 민주당 소속의 주지사와 당선자(산불이 나기 직전에 미국에서는 중간선거가 있었다) 사이에서 자기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다른 나라를 봐라. 그들은 다르게 (숲을 관리)한다. 얼마 전 내가 핀란드 대통령을 만났는데~(중략) 그들은 자기 나라를 숲의 나라라고 하더라. 그들은 나뭇가지와 잎을 갈퀴질로 숲을 깨끗하게 한다. 그들에게는 이런 문제(산불)가 없다.” 

01.jpg » 11월 17일 캘리포니아 캠프 파이어 피해현장을 찾은 트럼프 대통령과 캘리포니아 관계자. ap=연합뉴스

캘리포니아 주는 민주당 성향이 강하고 기후변화에 선도적인 정책을 펴는 데다, 최근에는 멕시코 국경을 따라 밀려드는 캐러밴 행렬에 대해 연방정부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불난 집에 와서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닌 듯싶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산불이 기후변화와는 관계가 없다는 점, 산림 관리를 좀 더 잘하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하는 책망도 함께 늘어놓는다. 과연 갈퀴질로 산림 관리를 하면 핀란드보다 훨씬 남쪽에 위치하는 캘리포니아에서도 산불이 줄어들지는 알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이후 논란의 당사자가 된 핀란드 대통령이 자기는 갈퀴질을 얘기한 적이 없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05.jpg » 갈퀴질을 안 해서 산불이 났다는 프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패러디해 산에서 진공청소기로 낙엽을 빨아들이는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이 트위터에 올랐다. 트위터 갈무리.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얘기지만 기후변화 문제는 돈이 든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예일대 노르드하우스 교수가 일찍이 1990년대부터 온실가스 배출에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제안한 것처럼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건, 또는 변화된 기후에 적응하는 일이건 모두 돈이 든다. 한 나라에서 돈의 분배는 우선순위의 문제이고, 이는 결국 정치세력이 추구하는 이상과 직결된다. 그래서 기후 문제는 돈의 문제이면서 정치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정치적으로 매우 합리적이다. 역시 자본주의의 정점에서 사업을 하던 사람이 하는 정치답다2)

그가 생각하기에 기후변화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도 않고 사실 인정할 필요도 없는 개념인 것 같다. 하긴 더 많은 자동차 공장을 자기 나라에 지으라고 다른 나라들에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마당에 미국의 온실가스를 줄이라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그에게 가당키나 하겠는가. 기후변화 문제가 이처럼 경제적 여건과 정치적 입장으로 해석과 선호가 갈린다는 점은 어쩌면 기후변화 대응이 어려움을 겪는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두고 과거부터 많은 양을 배출한 선진국과 이제 막 경제를 키워 배출량이 많아지는 개도국 사이의 갈등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배출량 감축을 의무화한 교토의정서가 체제가 무너지고 자발성을 강조한 파리협정이 등장했다. 

04.jpg » 지난해 6월 1일 백악관 정원에서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epa=연합뉴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만이 기후변화를 믿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일까? 혹시 이런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기에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고, 지금도 그가 공개된 언론 앞에 난 믿지 못한다는 발언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기후변화에 관해 국제적인 평가보고서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를 통해 총 5차례 발간되었는데, 일부 항목에서 과거 보고서 내용 중 성급하게 해석한 부분이나 과대평가한 사항을 수정해 눈길을 끈다. 예를 들어 과거 제4차 보고서에서 전 지구적으로 가뭄이 늘었다고 제시했지만 2013년의 5차 보고서에서는 이는 다소 과대평가한 것이며, 아직은 이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고쳐 말하기도 한다3)

또한 육지에 내리는 비의 양도 과거 보고서에서는 북위 30도 이상에서는 증가, 적도 지역에서는 감소라고 했으나, 5차 보고서에서는 그 경향성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어 잡기도 하고, 심지어 강수량의 변화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4).

태풍이나 허리케인과 같은 열대성 폭풍우의 발생 역시 지난 100년간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대기 온도가 높아지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다른 기상학적 변화에 대에서는 과학적으로는 성급한 결론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기후 문제에 대한 접근을 바꾸어 볼 필요도 있다.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고온현상이나 강수량의 변화, 산불의 빈발, 강력한 허리케인의 원인을 그저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하기보다는 다른 원인도 고려해야 한다. 원인은 기후변화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그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면 우리는 그에 맞는 대응 방식을 찾아야 한다. 
05998632_P_0.JPG » 세계적으로 열돔으로 인한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8월3일 오후 5시께 지구의 기온. 미국 메인대학 기후변화연구소 제공.

그런 측면에서 이른바 기후변화로 발생한다고 하는 문제의 많은 경우 우리가 자연을 이용하는 방식 때문에 피해가 늘어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캘리포니아 산불에서도 지적되었지만, 지역에 인구가 늘고, 더 많은 사람이 점점 더 숲 가까운 땅을 개발해 산다. 당연히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더 커진다. 1992년 이후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 중 84%는 사람에 의해 일어났다5). 캘리포니아 해안가의 기후권(지중해성 기후, Mediterranean California)에서는 사람에 의해 산불이 발생한 비율이 97%에 달한다. 모닥불이나 담배, 전선, 심지어 자동차 타이어가 터지면서 바퀴 휠에서 발생한 불꽃이 발화원인이 되기도 한다. 숲 속에 더 많은 집을 지으면서 전력 공급을 위해 숲을 가로질러 전선이 설치된다6). 바람이나 나무가 넘어져 전선이 끊어지면 곧 바닥에 있는 나뭇잎에 불이 붙는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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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미국 산불 발생 추이 (붉은색: 화재 면적, 검은색: 화재진압비용). 자료: 제4차 미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산림 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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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미국 산불의 월별 발화원인(왼쪽: 미전역, 오른쪽: 캘리포니아 지역). 주: 붉은색은 사람에 의한 발화, 파란색은 번개에 의한 발화, 자료: Balch et al.(2017)

미국 산불의 과거 역사를 보면 재밌는 대목이 나온다. 1870년부터 1920년대까지 미국 산불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석탄을 때던 증기 기관차 때문이었다. 화차에 석탄을 집어넣다가 튀어나오는 불꽃이 철로 주변에 떨어져 산불이 났다. 이후 이를 규제하는 법률이 제정되면서 기관차 연료가 석탄에서 기름으로 바뀌고, 불꽃이 튀지 않는 장치가 발명된 이후 기관차에 의한 산불은 크게 줄었다. 

산불의 증가가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점에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우리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재해가 커지고 늘어난다는 점에만 생각을 같이해도 된다. 다만 이런 피해가 앞으로도 계속 지속한다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자연재해의 증가가 기후변화 때문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은 과학자들에게 잠시 맡겨 두고, 우리는 우선 점점 늘어나는 피해에 대한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여야 한다. 

앞서 기후변화 피해를 믿지 않는다고 했던 트럼프의 불신은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산불이 기후변화 때문이 아닐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맞을 수 있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를 논쟁하기보다는, 일단 다음과 같이 고쳐 말하기를 기대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난 믿지 않아. 하지만 어쨌든 대응은 필요하군.(I don’t believe it, but we need to respond, anyway.)”이라고 말이다. 

육근형/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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