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볼 줄 아는’ 청소 물고기, 침팬지만큼 똑똑한가

조홍섭 2019. 02. 11
조회수 11754 추천수 0
청소부 놀래기 ‘거울 테스트’ 통과, 자기 인식 능력 여부 최종 판단은 보류

f1.jpg » 거울을 들여다보는 청줄청소놀래기. 거울 테스트의 모든 단계를 통과했다. 알렉스 조르던 제공.

아시아코끼리의 이마 한쪽에 몰래 흰 페인트로 X자 표시를 한 뒤 거울을 보게 하면, 코끼리는 자신의 이마에 생긴 표시를 코로 떼어내려 하고 나아가 입을 벌려 입속을 들여보기도 한다. 코끼리는 거울에 비친 모습이 자신인지 알며 평소 보지 못했던 부위를 거울을 통해 본다.

동물행동학에서는 이런 ‘거울 테스트’를 통과하면 자기 인식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 이외의 동물은 침팬지 등 유인원을 비롯해 코끼리, 돌고래, 까치 등 소수이다. 이 ‘엘리트 동물’ 대열에 물고기가 들어섰다.

“자연관에 지각변동”

마사노리 코다 일본 오사카시립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8일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청줄청소놀래기가 거울 테스트의 모든 단계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물고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는 행동을 나타냈으며, 자기 눈에는 안 보이는 목 밑에 한 표시를 거울에서 발견하고는 바닥에 문질러 벗겨내려 했다.

f2.jpg » 청줄청소놀래기는 큰 물고기의 피부와 아가미에서 기생충을 제거해 주는 공생 행동을 한다. 실케 바론,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청줄청소놀래기는 인도양과 태평양, 제주 연안 등에 분포하는 바닷물고기로, 큰 물고기의 피부와 아가미에 붙은 기생충과 낡은 피부를 떼어먹는 공생 행동과 함께 속임수와 화해 등 정교한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한 고도의 사회성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이번 실험이 일부 물고기가 침팬지 수준의 지적 능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밝힌 것일까.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받아들여진다면 우리의 자연관에 지각변동이 초래될 것”이라면서도 물고기의 자기 인식 능력에 대해 일단 유보적인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이번 연구로 물고기가 지적인 동물인지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알렉스 조르던 독일 막스플랑크 조류학연구소 박사는 “이 물고기가 거울 테스트의 모든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덜 분명한 것은, 이런 행동을 물고기가 자기 인식 능력이 있다는 증거로 간주해야 하느냐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같은 테스트를 통과해도 어떤 종은 인지능력을 인정하고 어떤 종은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난감한 상태가 빚어지자 거울 테스트 자체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f3.jpg » 이번 연구를 계기로 동물의 자기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거울 테스트의 한계가 지적된다. A는 기존 거울 테스트의 시각, B는 프란스 드 발 교수가 제안하는 점진적 관점. 프란스 드 발 (2019) ‘플로스 바이올로지’ 제공.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이자 영장류 전문가인 프란스 드 발 미국 에모리대 교수는 같은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거울 테스트가 동물의 자기 인식 능력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서는 안 된다”며 자기 인식 능력이 종에 따라 점진적으로 발달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청소 물고기가) 유인원보다는 원숭이에 가까운 중간 단계의 거울 이해 수준을 보이는 것 같다”며 “모든 동물이 살아가려면 자아 개념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능력이 어떤 단계에서 일시에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양파껍질처럼 한 켜씩 발달한다”고 주장했다.

실험 어떻게 했나

연구자들은 야생에서 채집한 청소놀래기를 수조에서 기르면서 거울에 대한 반응을 살폈다. 처음엔 거울에 비친 놀래기를 경쟁자로 간주해 입으로 쪼는 등 공격했다. 하루 뒤부터 공격 행동은 급격히 줄어 1주일째부터는 거의 사라졌다. 

거울을 넣은 지 3∼4일 지날 때부터 놀래기들은 몸을 뒤집어 헤엄치거나 빠르게 춤을 추는 등 거울 앞에서 평소에 보이지 않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이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행동으로 판단했다.

f4.jpg » 마크 테스트 실험의 얼개. 자기 눈에 보이지 않는 표시를 거울에서 발견한 놀래기는 바닥에 이를 문질러 떼어내려 했다. 코다 외 (2019) ‘플로스 바이올로지’ 제공.

핵심적인 단계는 마크 테스트이다. 물고기를 마취한 뒤 눈에 안 보이는 이마 옆이나 목 밑에 표시를 한 뒤 거울로 이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봤다. 놀래기들은 거울에 비친 표시를 오랜 시간 들여다보았고, 4마리 중 3마리가 바닥에 문질러 표시를 떼어내려 시도했다. 기존 연구에서 코끼리는 3마리 중 1마리, 까치는 5마리 중 2마리가 마크 테스트를 통과했다. 또 18개월 된 사람 유아는 65%가 거울 테스트를 통과한 바 있다. 

‘똑똑한’ 청소 물고기

청줄청소놀래기의 청소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물고기는 물속 환경에 적응해 육지에서와는 다른 정교한 인지능력을 발달시켰다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기억력, 놀이, 도구 사용, 협동 사냥 등의 행동이 보고됐다. 청소 물고기는 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축에 든다.

청소 놀래기는 100마리가 넘는 ‘고객’을 상대하면서 이들을 구별하고 기억해야 한다. 참을성 있는 단골보다는 뜸하게 온 손님에 우선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기생충보다 영양가가 풍부한 점막을 떼어먹다가 평판이 나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청소부 물고기와 고객의 공생관계는 “신뢰에 기반한 장기적 관계, 범죄와 처벌, 까다로움, 관중 의식, 평판, 아첨을 포함한 복잡한 시스템이다”(조너선 밸컴, ‘물고기는 알고 있다’).

Nick Hobgood _Cleaner_station_komodo.jpg » 청소 공간에 찾아온 고객을 맞는 청줄청소놀래기. 닉 홉굿,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ohda M, Hotta T, Takeyama T, Awata S, Tanaka H, Asai J-y, et al. (2019) If a fish can pass the mark test, what are the implications for consciousness and self-awareness testing in animals? PLoS Biol 17(2): e3000021. https://doi.org/10.1371/journal.pbio.300002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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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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