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발전이 혐오시설이 된 까닭

이수경 2019. 02. 18
조회수 13466 추천수 0
괴담보다 그 토양이 문제다… 지역과 주민이 개발의 주체 돼야

06036318_P_0.JPG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0일 전북 군산시 유수지 수상 태양광 부지에서 열린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 행사를 마치고 수상 태양광 시설을 돌아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은 대표적인 지속가능에너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그런데 지속가능하다는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풍력과 태양광이야말로 성골에 해당하는 진짜배기 지속가능에너지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지속가능에너지 풍력과 태양광발전이 혐오시설로 전락해 버렸다.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5.57%1), 태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수력 포함)은 3.4%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가 지속가능에너지를 꾸준히 늘리겠다는 계획을 거듭 밝혀왔지만 재생에너지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줄거나 정체를 거듭해 왔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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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전기생산에서 재생에너지(태양광·열, 풍력, 수력 포함) 점유율 연도별 변화(자료: 세계에너지통계, 에너데이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공약은 우리나라도 이제 지속가능한 에너지 구조로 전환되어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전기를 마련하리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가 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났다. 친원전 전문가나 업계의 반발이야 예상했던 일이지만 지역주민이 태양광발전을 혐오시설 대하듯 반대에 나서리란 건 의외였다.

2016년 전북 장수에서는 주민과 전북 환경단체의 반대로 풍력단지 개발이 무산되었다. 장수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백두대간을 파괴하고 가야유적을 훼손할 것이라는 주민들의 반대 때문이었다. 장수 뿐 아니라 풍력발전에 대한 인근주민의 반대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이다. 대규모 풍력단지의 환경훼손과 소음 등으로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마저 풍력단지의 대규모 입지를 반대하는 것은 국내외를 불문하고 보편적 추세다.  

06038901_P_0.JPG » 전남 신안 주민 300여명이 지난해 9월 전남도청 앞에서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신안 임자도 해상풍력 반대대책위 제공.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마저 인근 주민의 반대에 부딪혀 사업이 속속 난항을 겪고 있다.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설치하려는 태양광발전에 대한 과천시민의 반대가 그 대표적 사례다. 과천뿐 아니다.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지역마다 주민의 반대와 민원이 거세다. 주차장도 산도 저수지도 바다도 간척지도 모두 안 된다고 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고 또 시급한데 주민들은 풍력도 태양광도 원자력발전소만큼 혹은 그보다 더 유해하다며 우리 마을에는 절대 들어설 수 없다고 한다.

정부는 이렇게 거세진 재생에너지 반대 뒤에는 주민을 선동하는 가짜뉴스가 있다고 믿고 있다. 태양광 발전이 산림을 훼손하고 경관을 해친다는 문제야 제기할 수 있다고 해도 중금속 덩어리로 범벅이 되어 있다거나 발전시설이 오염원이라는 주장에 이르면 분명 괴담을 만들고 유포해서 이익을 얻는 세력이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든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든 거짓뉴스를 퍼트려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고 이 거짓 뉴스와 지역 이기주의에 휘둘리는 지역주민이 있다는 것이다.

태양광토론회.jpg » 태양광에 관한 가짜뉴스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관련 학회와 시민단체가 연 토론회 포스터.

“태양광 패널의 독성이 핵발전의 300배 이상”이라는 근거를 찾을 수도 없는 괴담에 이르면  정부의 의심에 일견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사라지지 않는 가짜뉴스 태양광 중금속 괴담). 그러나 어느 사회든 괴담은 있다. 괴담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가로막기보다는 괴담으로 부푸는 민심이 사업을 가로막는다.

2018년 10월 30일,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에서 정부는 2022년까지 새만금의 10% 면적에 4기가와트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재생에너지 글로벌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에서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의 개막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높이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새만금에 새롭게 조성되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단지에 관련 제조업체, 연구시설, 실증센터를 설치하여 재생에너지 기술력을 한 차원 더 끌어 올리겠다”고 덧붙였다(새만금에 4GW 규모 태양광·풍력발전단지 조성한다). 이 계획에 대해 새만금의 개발과 보전을 두고 대립해왔던 지역사회, 지자체, 환경단체는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우려와 기대를 표명했다. 

정부가 달라지고 계획이 달라지고 비판이 달라져도 30여년 동안 여전한 건 늘 정부의 계획은 “세계 최대”라는 것이다. 여느 개발과 마찬가지로 재생에너지를 추진하는 방법도 속도와 물량공세다. 정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책임지고 있는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중 가장 유력한 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의 경우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전력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해도 국토면적 5%에서 적게는 2%면 태양광발전만으로도 필요한 전력을 충당할 수 있어 부지는 문제가 안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서울의 면적이 전국토의 0.6%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토 면적의 5%의 부지를 확보하는 일의 규모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부지를 확보한다는 것이 단순히 토지와 같은 물리적인 영역을 확보하는 일이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의 동의를 얻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06043365_P_0.JPG » 경기도 안성시 금광저수지 수상 회전식 태양광 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2018년 3월 강원 정선군 임계면 주민이 꾸린 임계면 풍력·태양광발전소 설치 반대 투쟁위원회는 주민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풍력·태양광발전소 사업 인허가 백지화를 요구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소음과 환경훼손, 재산가치 하락과 자연재해 등의 문제가 있다. 공공의 자원인 햇빛과 바람을 이용해 개인사업자의 배만 불리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민 우려와 반대가 큰 만큼 지역 실정에 맞게 개발되고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풍력·태양광 신재생에너지 봇물’ 임계주민 뿔났다).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이라고 다른 개발사업과 다르지 않다. 개발계획에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지도 개발이익이 지역 주민에게 돌아오지도 않는 개발사업이 지역의 환경을 훼손하고 폐기물만 남기고 떠난 지난 경험 위에서 재생에너지 사업도 출발한다. 따라서 이 정부는 개발이익은 서울에 빼앗기고 혐오시설만 더 소외된 지역으로 밀려 온 역사에 대한 반성과 대안을 제시해야만 계획한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목표를 향해 출발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훼손시키지 않는다고 말해도 폐기물을 지역에 남기지 않겠다고 말해도 주민들이 목도하는 것은 지난 개발 사업과 똑같이 진행되는 개발과정이다. 중앙집중적이고 대규모로 개발되고 운영되는 원자력과 화력발전을 대신한다는 재생에너지도 개발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지역주민을 배제한 채 중앙정부가 속도와 물량으로 밀어붙인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는 원자력과는 다르다는 과학적 근거를 들이민다고 지역주민이 다르게 받아들여 주는 것은 아니다. 과정이 달라야 오랜 불신을 뚫고 믿어 볼 마음이 싹튼다.

04932065_P_0.JPG » 재생에너지개발사업이 주민의 환영을 받으려면 주민이 개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사진은 대관령의 풍력 단지. 이병학 기자

집에 곰팡이가 슬면 살균제로 없앨 수 있다. 그러나 곰팡이가 스는 습한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다시 또 곰팡이가 슨다. 곰팡이 포자처럼 괴담은 언제 어느 곳에나 떠돈다. 그러나 곰팡이가 퍼지는 데는 습한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곰팡이를 막고 싶으면 햇빛과 바람을 집안으로 들여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도 확대하려면 지역과 주민이 개발에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 이익이 지역과 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괴담이 문제가 아니라 괴담이 깃드는 서운한 마음과 불공정한 세상이 문제다.

이수경(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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