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이른 아침 편백·삼나무 숲에서 높다

이은주 2019. 05. 30
조회수 5786 추천수 0
피넨, 캄펜 등 편백나무와 삼나무 숲에서 소나무 숲보다 3~4배 많이 배출

05852360_P_0.jpg » 침엽수 가운데 편백과 삼나무의 피톤치드 방출량이 많다. 1920년대부터 조성한 전남 고흥 외나로도 봉래산의 편백나무, 삼나무 숲. 한겨레 자료 사진

요즘 산림욕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선선한 이른 아침에 삼림욕을 해도 좋고, 살짝 더운 낮에 해도 좋은 것이 삼림욕이다. 이왕 산림욕 하는 것 제대로 알고 하면 어떨까?

신림욕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것은 숲 속 공기 속에 특별한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소나무에는 독특한 솔향기가 있다. 이를 피톤치드라고 한다. 피톤치드(phytocide)는 식물이 세균, 곰팡이, 해충을 쫓고 다른 식물이 못 자라도록 내뿜는 다양한 휘발성물질로 피톤치드에 속하는 성분은 수 백 가지이다. 

이중 피넨(pinene), 캄펜(campene) 등의 성분을 사람이 들이마시면 혈압이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며, 몸을 지켜주는 면역 세포가 활성화되는 등의 산림욕 효과가 널리 알려졌다.

03940282_P_0.jpg » 국립수목원 숲해설가가 탐방객에게 광릉숲의 피톤치드를 설명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2015년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보고서 '산림휴양공간에서 임상에 따른 피톤치드 농도 비교'에 따르면 피톤치드 연평균 농도는 침엽수 숲은 0.840㎍/㎥으로 높았고, 활엽수 숲(0.310㎍/㎥)의 약 2.7배 수준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와 참나무 숲은 0.622㎍/㎥으로 비교적 높았다.

계절별로는 여름(7월)이 약 0.9㎍/㎥로 농도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가을(9~11월)과 늦봄(5월)이 0.40㎍/㎥이며 이른 봄(3월) 0.2㎍/㎥으로 낮았다. 이 결과를 보면 숲의 녹음이 짙어지는 5월부터 잎이 떨어지는 가을까지 피톤치드 농도가 높음을 보여준다.  

시간대별 피톤치드 농도는 기온이 높은 낮 시간대에 낮은 농도를 보이다가 늦은 오후에 점차 증가하기 시작해 기온이 낮은 밤에 높은 농도를 보였다. 최고농도는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즉 숲 속 나무에 의해 생산된 피톤치드가 지온이 낮은 이른 아침 시간에 지표면에 많이 축적되어 머물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하면 산림욕을 할 때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 농도는 침엽수 숲 또는 소나무와 참나무 숲이 괜찮으며, 계절적으로는 나뭇잎이 있는 봄부터 가을까지가 좋은데 7월에 가장 많이 마실 수 있다. 하루 중 시간대로 보면 기온이 낮은 아침 시간대 (6시~12시)가 기온이 높은 낮 시간대 보다는 피톤치드 농도가 높았다. 

03090956_P_0.jpg » 전남 장성 축령산의 편백나무 숲에서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연합뉴스

대 사상가 칸트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지팡이를 짚고 숲 속 사색의 길을 매일 걸었다고 한다. 대 사상가 칸트의 건강과 사색을 도운 것이 숲 속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피톤치드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피톤치드 발생량은 나무마다 조금씩 다르며, 동일종이라도 계절별, 일별, 시간별로 다른데 피톤치드 생산량이 많은 숲이 그 만큼 효과가 크다고 하겠다. 피톤치드를 포함하는 정유의 양을 나무 종류별로 살펴보면, 소나무가 1.3㎖/100g이며, 전나무가 3.3, 잣나무가 2.1, 리기다소나무가 0.8, 향나무가 1.4, 편백나무가 5.5㎖/100g이다. 

집 근처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는 전나무나 잣나무에 비해 절반 정도이지만 미국에서 들어온 리기다소나무에 비해서는 1.6배 정도 높다. 많이 알려진 편백나무는 소나무보다 4.2배 높으며, 제주도에서 볼 수 있는 삼나무 역시 소나무보다 3배 높다.

산림욕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피톤치드 뿐 아니라 산책이라는 걷기운동이다. 맑고 깨끗한 산소가 많은 숲 속 공기, 신경을 안정시켜주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피톤치드, 아름다운 초록색 숲길, 지저귀는 예쁜 새소리, 부드럽게 얼굴을 스치는 바람 이 모든 것이 걷는 것 자체를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산림욕 효과는 배가된다.

03072498_P_0.jpg » 이른 아침의 축령산 숲. 피톤치드가 가장 많을 때 산책하면 몸과 마음이 다 상쾌해진다. 한겨레 자료 사진

바쁜 도심 생활이지만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시간을 내어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주변 숲 속을 걸어보면 좋겠다. 숲 속 산책하며 산림욕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이은주 /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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