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날개’의 비밀…비행 효율 높여 준다

조홍섭 2019. 08. 14
조회수 6977 추천수 1
햇볕에 데워져 온도 9도 높아…흰 날개 끝 검은 무늬도 양력 높여

f1.jpg » 비행 전문가인 불러스 앨버트로스의 날개 아랫면(왼쪽)은 희고 햇볕을 받는 윗면은 검다. 이런 배색이 날개 위에 더운 공기층을 형성해 비행을 돕는다. 제이 해리슨,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멀리 나는 큰 새의 날개는 일반적으로 날개 윗면이 검거나, 적어도 가장자리는 검다. 날개의 검은색과 비행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날개를 편 폭이 3.5m로 세계에서 가장 큰 새에 속하는 앨버트로스는 한 번 날아오르면 1만6000㎞를 나는 비행 전문가이다. 더운 상승기류를 타고 상승한 뒤 글라이더처럼 활공하면서 거의 날개를 펄럭이지 않는 이 새의 날개 빛깔은 전형적으로 윗면이 검은색, 아랫면은 흰색이다.

무스타파 하사낼리언 미국 뉴멕시코주립대 기계공학자 등은 앨버트로스의 뛰어난 비행능력의 비밀을 날개 색깔에서 찾았다. 검은 날개 윗면은 햇볕을 받으면 쉽게 더워진다는 데 착안했다. 

연구자들은 2017년 ‘열 생물학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햇볕을 받은 날개 위 검은 깃털과 아래 흰 깃털 사이의 온도 차가 10도에 이른다고 밝혔다. 데워진 검은 깃털이 공기와 만나는 경계층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공기 밀도가 감소해 표면의 저항이 7.8% 줄었다. 

비행기나 새 모두 큰 날개로 뜨는 힘(양력)을 얻고 유선형 몸매로 공기저항을 줄인다. 색깔만으로 이 정도의 저항을 줄인다면 획기적이다.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드론의 비행 효율을 높이는 데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512 (5).jpg » 장거리 비행의 명수인 물수리도 날개 윗면은 어둡고 아래는 밝은 깃털로 덮여있다. 물수리 날개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짙은 깃털의 가열 효과가 드러났다. 연합뉴스

이 연구는 날개의 형태를 평평한 판으로 가정하는 등 모델링을 이용해 계산한 결과였다. 실제 날개를 써서 실험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까.

스바나 호갤라 벨기에 헨트대 연구자 등은 박제로 만든 새 날개를 풍동에 넣고 실제 비행 속도인 초속 6∼18m 속도로 바람을 넣으면서 태양 대신 적외선 전구로 열을 가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에 쓴 새는 갈매기, 부비새, 물수리 등 상승기류를 타며 비행하는 종류였다.

그 결과 앞서 이론연구가 제시한 것처럼 날개 위의 검거나 짙은 깃털은 날개 아랫면의 희거나 밝은 깃털보다 햇볕을 잘 받아 쉽게 더워졌다. 날개 앞뒤의 온도 차는 9도에 이르렀다. 연구자들은 “날개 색깔이 새 날개의 가열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실제 비행 조건에서 처음으로 입증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512 (6).jpg » 몸은 전체적으로 희지만 날개 끝이 검은 유형도 양력을 발생해 비행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새의 비행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이번 연구에서는 또 같은 흰 날개라도 끄트머리 깃털이 검다면 온도 차가 발생하고, 이것이 비행 효율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온몸이 희고 날개 끝만 검은 무늬 유형은 황새, 두루미, 펠리컨, 갈매기 등에서 널리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런 새의 날개에서는 날개 끝이 먼저 데워져 공기가 상승하면 그 자리로 날개 나머지 부분에서 공기가 이동하기 때문에 날개 위 공기 흐름이 빨라지고, 결국 양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제까지 날개 끝이 검은 이유는 마찰로 마모되기 쉬운 이 부분에, 조직을 강화하는 기능이 있는 검은 멜라닌 색소가 분비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로 검은 날개 끝은 깃털 보호와 함께 비행능력도 높여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인터페이스’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ogalla S, D’Alba L, Verdoodt A, Shawkey MD. 2019 Hot wings: thermal impacts of wing coloration on surface temperature during bird flight. J. R. Soc. Interface 16: 20190032. http://dx.doi.org/10.1098/rsif.2019.003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서·남해 갯벌서 푸른곰팡이 96종 발견서·남해 갯벌서 푸른곰팡이 96종 발견

    조홍섭 | 2019. 10. 15

    신종 후보 17종 포함…차세대 항생제 개발, 치즈 생산 등에 활용꼭 90년 전 알렉산더 플레밍은 깜빡 잊고 뚜껑을 덮지 않은 배지에 날아든 푸른곰팡이가 세균 성장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곰팡이에서 생산한 페니실린 덕분에 제2차 세...

  • 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청소 새우가 먹히지 않는 비결 있다

    조홍섭 | 2019. 10. 10

    포식자 고객에 청소 직전과 중간에 ‘앞다리 춤’으로 신호열대 태평양 산호초에는 큰 물고기의 아가미와 입속을 청소하는 작은 새우가 산다. 송곳니가 삐죽한 곰치 입속을 예쁜줄무늬꼬마새우가 드나들며 기생충을 잡아먹고 죽은 피부조직을 떼어먹는...

  • 배추흰나비는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 왔다배추흰나비는 실크로드 따라 동아시아 왔다

    조홍섭 | 2019. 10. 08

    전 세계 유전자 분석 결과…지중해 기원, 통일신라 때 작물과 함께 와배추흰나비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고 수도 많은 나비의 하나다. 생물 종으로 성공한 나비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농작물 피해를 일으키는 해충이기도 하다.시민 과학...

  • 유령게의 ‘으르렁’ 경고음, 위장 분쇄기관 소리였다유령게의 ‘으르렁’ 경고음, 위장 분쇄기관 소리였다

    조홍섭 | 2019. 10. 07

    먹이 부수는 부위를 발성 기관으로 ‘재활용’, 상대에 경고 신호 전달집이나 먹이를 빼앗으려는 상대에게 유령게는 집게발을 휘두르며 낮고 거친 소리를 낸다. 마치 개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경고음을 내는 곳은 놀랍게도 먹이를 잘게 부수는 위 앞...

  • 다리 대신 터널…제2순환로 환경파괴 위험 여전다리 대신 터널…제2순환로 환경파괴 위험 여전

    윤순영 | 2019. 10. 02

    육상 구간 논 습지 훼손 불보듯, 저감방안 대책 선행되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가 한강을 건너는 구간은 애초 계획된 교량 설치 대신 지하터널 형태로 건설될 예정이다. 교량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우려한 문화재청이 한강 하류 재두루미 도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