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모도 용' 왕도마뱀이 희귀 앵무 지킨다

조홍섭 202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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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쏠한 관광수입으로 공원관리 철저, 밀렵 차단…코로나19 이후 어떻게?

k1.jpg » 인도네시아 코모도 국립공원의 두 희귀동물인 코모도왕도마뱀(왼쪽)과 유황앵무. 찰스 샤프, 위키미디어 코먼스(왼쪽), 게티이미지뱅크

인도네시아 코모도 섬 등에 사는 코모도왕도마뱀은 사람까지 습격하는 세계 최대 도마뱀으로 유명하다. 뜻밖에도 이 무시무시한 도마뱀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앵무의 하나인 유황앵무가 코모도섬에서 번성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애나 로일러 영국 맨체스터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콘도르-조류학 응용’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용이 유황앵무를 지켰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한때 400마리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섬의 유황앵무 개체수는 새로운 조사에서 1113마리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k2.jpg » 코모도 국립공원 해안을 돌아다니는 코모도왕도마뱀. 생태관광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보전을 위한 핵심 재원을 공급한다. 아디 라크디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코모도 용’으로 불리는 이 도마뱀은 길이 3m 무게 100㎏의 몸집으로 사슴, 멧돼지, 물소 등을 사냥한다. 동작이 빠른 데다 날카로운 이와 함께 치명적 독을 분비하기도 한다. 거대하고 무서운 포식자로 유명해지자 세계 동물원에서 수집 붐이 일어 남획돼 멸종위기에 몰리자 인도네시아는 1980년 코모도 국립공원을 조성해 보호에 나섰다.

면적이 340㎢인 코모도 섬은 아름다운 대형 앵무인 유황앵무의 세계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1980~1992년 사이 10만 마리 이상의 유황앵무를 합법적으로 독일 등에 수출했다.

k3.jpg » 세계적인 애완동물 거래로 인해 멸종위기에 놓인 유황앵무. 코모도 섬이 최대 서식지이다. 패트릭 피셔,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후 수출은 금지됐지만 국제 애완동물 밀거래가 끊이지 않아 남은 개체수는 7000여 마리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 등급은 ‘위급’으로 멸종 직전을 가리킨다.

살아남은 개체수를 아는 것은 보전을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정보다. 연구자들이 앵무의 밀도를 예측해 전체 개체수를 추정하는 기법으로 조사한 결과 섬 대부분에서 앵무를 보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울창한 계곡에 높은 밀도로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이 추정한 코모도 섬의 유황앵무 개체수는 1113마리로 2011년 국립공원 당국이 조사한 400마리 미만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k3-1.jpg » 코모도 국립공원은 가파르고 토양이 척박한 데다 물마저 부족해 농업에는 부적절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희귀 앵무가 늘어난 이유는 무얼까. 연구자들은 “코모도왕도마뱀과 그것을 지킨 국립공원 당국 덕분”이라고 밝혔다.

코모도 섬은 가파르고 토질이 나쁜 데다 물이 거의 없어 농사에는 부적합하다. 섬에 있는 유일한 마을도 산에 불을 질러 농토를 넓히기보다는 고기잡이에 치중한다.

그렇더라도 밀렵꾼을 막기는 힘들다. 해마다 몇 건씩 밀렵이 적발되고 있다. 그러나 주로 해산물과 드물게 사슴 밀렵이지 유황앵무를 노린 밀렵 사례는 없다. 밀렵꾼은 덤불에 숨어 사냥감을 노리는 코모도왕도마뱀이 두려웠을까.

연구자들은 “유황앵무는 분명히 코모도왕도마뱀 덕을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방식은 도마뱀이 앵무를 직접 지킨 것이라기보다 국립공원과 주민을 통해서였다.

코모도왕도마뱀이 유명해지자 관광객이 밀려들어 2018년 그 수는 18만 명에 이르렀다. 코모도 국립공원의 입장료(1인당 11달러, 1만3000원 상당) 수입도 쏠쏠하다.

풍부한 재원을 바탕으로 공원 당국은 공원의 주인공인 2800마리의 왕도마뱀을 보호하기 위해 30명의 레인저를 포함해 120명의 직원과 여러 척의 모터보트, 13곳의 현장 관리소 등을 운영한다. 지역주민들은 관광수입에 의존하기에 왕도마뱀 보호를 적극 지지한다.

k4.jpg » 싸움을 벌이는 코모도왕도마뱀 수컷. 카리스마 있는 왕도마뱀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코모도 섬의 주민과 다른 야생동물을 지킨다. 찰스 샤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사태로 인한 관광수입 감소는 보전예산의 감소와 밀렵 증가를 불러 왕도마뱀과 유황앵무 보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코모도 국립공원은 6개월 동안의 폐쇄 끝에 지난달 25일 하루 25명의 국내 관광객을 받는 조건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인용 논문: The Condor-Ornithological Applications, DOI: 10.1093/condor/duaa04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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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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