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파이어니어, 환경 현장에서 배운다 ② 스리랑카 기후변화 피해지역

폭풍과 해안침식 심해지지지만 제방 쌓으면 작은배 못 띄워 진퇴양난

기후변화 책임도 없는데 탄소 배출 삭감 나서…이들의 삶은 누가 책임지나

 

591px-SrilankaTopography-NASA-PIA06670.jpg » 인도양에 위치한 스리랑카의 위성 사진. 사진=미항공우주국(NASA), 위키미디어 코먼스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남아시아 국가 중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와 몰디브를 지난해 여름 방문했다. 한국기후변화대응전략연구소(www.kricccs.com) 인턴으로 기후변화가 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현지 공무원과 주민을 만나고 피해 현장 방문을 통해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고 듣는 계기가 되었다.
 
스리랑카는 2009년 내전이 끝내고 이제 겨우 안정을 되찾은 나라다. 2007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은 1505달러이며 인구는 우리나라의 절반에 못미치는 2130만 정도이다. 하지만 자원이 풍부하고 농사짓기 좋은 기후조건 덕에 전세계 차의 20% 이상을 공급한다. 

 

아직 2, 3차 산업의 발달은 부진하다. 스리랑카는 선진국과 달리 탄소 배출이 많지 않으면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더 많이 입는 대표적인 개도국 가운데 하나이다.
 
내가 만난 스리랑카 사람들은 모두 스리랑카의 자연 환경을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사방이 바다인 섬나라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래서 스리랑카 정부는 개도국임에도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자료를 보면, 스리랑카는 2020년까지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19%를 절감할 것이라고 한다. 
 
sri1.jpg » 스리랑카 국회 앞에 걸어가는 초등학생들. 이들은 기후변화로 힘든 삶을 살아야 한다. 

스리랑카에 도착한 둘째날 우리는 마라윌라라는 어촌 마을을 방문했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해안선이 15m 정도 뒤에 있었는데, 연안 침식 때문에 해안선이 점점 육지 쪽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우기가 길어지고 폭풍해일이 심해지고 파도도 불규칙해져서 어업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어한기가 길어져서 어부들은 어선을 주변에 방치해둔 채 지내고 있었다.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폐가가 많고 망가진 벽만 앙상하게 남은 집도 있었다.

 

높아지는 파도와 점점 침입하는 해안선이 집을 휩쓸어갔다고 한다. 아직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집도 바닷물이 들어오고 바닥이 물에 차는 현상이 빈번하다고 한다.
 
해안 침식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모래 채취로 인한 침식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스리랑카 해안보호부는 주로 해안침식 피해는 우기에 일어나는데, 기후변화로 인해서 우기가 일찍 시작되고 길어지면서 피해가 늘어났다고 한다.

 

우기가 길어지고 호우가 강해져서 고기잡이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주거 환경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해안 침식으로 인해 한 해 동안 55채의 집이 휩쓸려가고 100여명의 주민이 살 곳을 잃었다.
 

sri2.jpg » 마라윌라 주민들. 어한기에는 하얀 양동이에 있는 코코넛주를 마시면서 해변에서 시간을 보낸다. 예전보다 어한기가 길어지면서 어부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술에 취한 상태로 보내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살고 있는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시로 이주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는 것이 천직이었던 그들은 도시에 가도 할 일이 없고 도시에 간다고 해서 풍요롭거나 안락한 삶을 보장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어느 사회든 안고 있는 도시빈민 문제가 스리랑카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며 기후변화는 그것을 더욱 악화시키는 식으로 작용하고 있다. 
 sri3.jpg » 침식으로 인해 휩쓸려간 집의 모습.
스리랑카 정부는 해안 침식을 막기 위해 바닷가에 벽을 두르려 했지만 어업에 지장을 주어 그만뒀다. 스리랑카의 전통 어업에서  모래밭에 올린 배를 사람이 바다로 끌고 나간다.

 

완만한 모래밭이 바다와 이어지지 않으면 작은 어선을 띄울 수가 없다. 그러니 바닷가에 옹벽을 쳐 파도를 막다 보면  배를 띄울 수 없게 되고 고기잡이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어민들은 바닷물이 주거지를 침범해도 생계를 위해서 옹벽 쌓는 것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sri4.jpg » 물고기 잡으러 나갈 때 쓰는 어선. 오랫 동안 쓰지 않아서 먼지와 잡초가 쌓여 있다.

 
주민 중 한 명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후변화는 대대로 살아온 스리랑카 어부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정부나 단체에서는 여러가지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정작 피해지역 당사자들은 당장에 겪어야 하는 생계 문제, 문화적 충돌, 삶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정부나 단체들의 대응방법을 반대하고 있다.
 
sri5.jpg » 해안 침식이 심한 마을에 방문해서 현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있다. 배경에 있는 야자수는 침식 때문에 넘어지기 직전이다. 

sri6.jpg » 침식과 강한 파도를 막기 위한 방파제. 방파제를 설치했음에도 여전히 파도가 몰려온다.

 

sri7.jpg » 휩쓸려간 집에 살고 있던 주민.

 

sri8.jpg » 투망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고 있는 어부. 최근에 한 항공사가 텔레비전에서 스리랑카 직항 노선을 광고하면서 어부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을 목가적으로 묘사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아릅답지만은 않다.

 

sri9.jpg » 방파제를 높이는 공사가 해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스리랑카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찾는 아름다운 관광지이기 이전에 그들이 지키고 보존해 온 삶의 터전과 방식이 있는 지구촌의 한 구성원이다. 그런 스리랑카가 기후변화로 인해서 피치 못할 변화를 맞고 있다.


4년 연속 탄소배출 세계 7위를 기록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서 기후변화로 인해서 무너지고 있는 스라랑카의 해안선과 그곳에 살고 있는 어부들의 삶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할 의무를 느낀다.

 

윤소현/ 용인외고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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