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 5000명의 빨간 배지와 노란 배지의 소용돌이

다양한 이해관계와 주장을 묶는 것은 지구를 지키자는 뜻

 

제 17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17)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지난해  11월 28일부터 12월 11일까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부 대표뿐 아니라 기업, 연구기관, 시민단체 대표들도 참가했다. 국회 기후변화포럼 대학생 아카데미의 일원으로 행사를 참관한 구본효(20,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학년)씨의 참가기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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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개막식 모습.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더반의 아침은 분주하다. 저마다의 국적과 명함을 지닌 사람들이 시내 한 가운데 위치한 국제회의장(ICC)으로 출근한다. 한 손에는 노트북 따위가 들어 있는 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누군가 만든 소책자나 인쇄물을 든 수 천명이 한 데에 모이는 것이다.

 

수 백개의 나라에서 왔을 이들을 구분하는 수단은 오로지 배지 뿐이다. 빨간색 배지를 목에 건 정부 대표단은 회의장으로 들어가고, 노란색 배지를 목에 건 NGO는 회의장 주변을 서성거린다.


기후 변화와 발전은 그 자체로도 거대한 담론이지만, 온갖 주제를 흡수하여 제 몸집을 더욱 불리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회의장 안팎에서 농수산업, 산림, 물, 생물다양성, 에너지, 배출권 거래제, 위험 관리 등 수 십 개의 주제를 논의한다.

 

지난 1년 간의 성과를 전달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보통 15분 남짓이다. 부족한 시간과 아쉬움은 자료집이나 간행물로 대신해야 한다.


각종 단체에서 준비한 부스는 대체로 한산한 편이다. 야외에서 벌어지는 시위며 퍼포먼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간혹 여럿이 모여 구호를 외치기도 하지만 파급 효과는 별로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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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비정부기구 참가자들도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사진=뉴시스

 

사람이 붐비는 부스에는 어김 없이 작은 손전등이나 볼펜, 달력이 등장한다. 대개는 하잘 것 없는 것들이지만 이들을 향한 손길과 발길은 부산하다. 기후 변화도, 먼 길 떠나온 홍보물도 이 순간 만큼은 덤이다.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이들을 먹이고 재우는 것이 큰 일이다. 지정된 숙소만 180여 곳에 달하지만 인파가 몰리는 기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으른 이들은 별 수 없이 시내에서 먼 곳에 묵고 있는 처지다.

 

먹는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전 11시면 식당, 카페테리아에는 앉을 곳이 없다. 배지를 목에 건 사람들은 샌드위치, 커리, 케밥 따위의 음식물이 든 용기와 음료수를 들고 앉을 곳을 찾는다. 그늘 진 화단 옆이나 계단은 이들이 애용하는 장소다.


2만 5,000명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명함 만큼이나 다양한 이유로 이곳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을 찾았다. 빨간색, 노란색의 배지가 이들을 둘로 구분하여 묶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대립 구도도 옛말이다. 제 각기의 이해가 복잡하기 설켜 입장들을 섣불리 구분하기 어렵다. 순수한 개별 이유들이 한 데 섞이지 않은 채 모여 기후 변화와 발전이라는 보편 담론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데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모두 7만 7,000톤이다. 그러나 보편의 노력이 시작되기엔 아직 더 많은 시간과 이산화탄소가 필요한 듯하다.

 

구본효/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2학년

  

기후변화 부추기는 기후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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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남아공 더반에 있는 기후변화총회의 컴퓨터 센터. 협상회의가 없는 일요일이어서 이용자도 없지만 대부분의 컴퓨터와 모니터가 커져 있다.

 
온실가스 감축체제가 주요 의제인 기후변화총회(COP17)가 열리고 있는 남아공 더반. 12월 4일은 일요일이여서 협상회의가 없다.

 

지난해 칸쿤에서의 경험이 있었던 터라 그러지 않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총회장을 찾아갔지만 아니나 다를까. 총회장에 참관자들이 사용하도록 비치된 컴퓨터 센터에서는 사용하는 사람은 없지만 컴퓨터는 계속 커져 있었다.

 

국제협상을 모니터하고 비판하는 언론인이 이용하는 프레스센터에도 모니터도 다를 바 없었다. 총회장에는 수십 개의 회의장이 있는데 가장 큰 총회장 2곳에 가보았다. 그곳 역시 회의도 없고 사람도 없었지만 하루 종일 100개가 넘어 보이는 전등이 커져 회의장을 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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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남아공 더반에 있는 기후변화총회의 총회장. 역시 일요일이어서 협상회의가 없고 사람도 없지만 언뜻 봐도 2천평이 넘어 보이는 총회장은 하루종일 수백개의 전등이 켜져 있었다.

 

 도대체 기후변화협상은 왜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수만명이 비행기를 이용해 총회에 참석함으로써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비판이 있는 터이지만 그래도 기후총회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필요 없이 켜져 있는 모니터와 전등을 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에너지는 절약이 먼저이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협상이 불필요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비판은 받아 마땅하다. 온실가스 감축은 주장이나 협정이 아닌 결국은 행동으로만이 해결될 수 있는대도 말이다.

 

기후변화는 자연이 인간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변화하지 않는 기후변화협상으로는 미래의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 UNFCCC, 총회 조직위, 참가자 모두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이정환/ 국회기후변화포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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