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로 전환은 불가피, 하지만 우리는 생활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

자연 속에서 동식물과 더불어 사는 아프리카인의 삶에 해법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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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살고 있다 보니, 최근 일본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 원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구나 하고 실감한다.

 

교토대학교만 해도 11월 축제 기간 중 탈 원발 심포지엄이 열렸고, 카모가와라는 하천을 지나다 보면, 시민들의 반핵 시위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1주년을 맞이하는 올 3월 10일에는 대규모 반핵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다룬 독일의 다큐멘터리 '제4의 혁명'이 일본 전역의 상영관에서 릴레이 상영이 되고 있다. 이 또한 탈 원발에 관한 일본인들의 관심의 일환으로 보인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 일본 지부에 매달 소정의 돈을 기부하고 있는데(군것질거리 살 정도의 돈밖에는 되지 않지만), WWF는 그것에 대한 보답으로 매달 정기 간행지나 광고 전단지 등을 집으로 보내준다.

 

전단지 중 독일의 다큐멘터리 '제4의 혁명'이 눈에 띄어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교토대학교에서 가까운 곳에서 상영을 한단다. 주말이기도 하고, 연구실 변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어항 속 금붕어 같은 생활에서 벗어나 보자 싶어 자전거 패달을 달달 돌리며 상영관에 찾아 갔다.

 

상영관은 히토마치 교류관이라는 곳으로 교토역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제이아르 5조역 주변에 있었다. 2층 대회의실에서 저녁 6시부터 티켓을 팔고 있었고, 나도 우왕좌왕 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보니, 객석의 대부분을 차지한 사람들은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오게 이끌었을까, 그리고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오게 이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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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전에 오사카 대학에서 독일의 정치를 연구하고 있는 에이치 키도가 "독일의 탈 원발-그 배경, 성과와 과제"에 대해 약 30분간 설명을 했다. 상영 전 심포지엄이 있을 거라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나를 포함한) 연배 지긋한 분들은 목 운동도 하시고, 돋보기 안경도 머리 위에 꽂았다가 내렸다가 하시면서 열심히 들었지만,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별로 있지도 않은 젊은이들 중 한 명인 내가 여기서 곯아 떨어지면, 제4의 혁명이고 뭐고 없던 일로 되어버릴 것 같아 경청하려 노력했다.

 

에이치 키도의 이야기는 의외로 재미있어서 그렇게 노력하지 않고도 끝까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는데…(다큐멘터리 감상평을 올리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지, 참!),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독일의 탈 원발 운동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일어난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환경운동, 반 원전운동, 평화운동, 페미니즘 운동 등 멋있어 보이는 운동이란 운동은 다 하고 있는 녹색당의 저명한 정치인 빈프리트 크레치만은 녹색당으로는 처음으로 2011년 3월 27일에 주지사가 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어, 탈 원발이 확정되었단다.

 

2050년까지 일차 에너지 수요(석탄, 석유, 천연가스, 원자력)를 50%까지 감소시킨다고 결의하였다고.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여러 가지로,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성 폐기물 처분 장소 문제, 원자력 전기의 수입(프랑스와 체코로부터), 타국으로의 원전 기술의 수출 등이 있다. (헉헉)

 

■ '제4의 혁명' 소개 동영상 


드디어 다큐멘터리 이야기. 야호! 독일의 다큐멘터리로 타이틀은 '제4의 혁명'이다. 감독은 칼 페크너이고, 사회 민주당원이면서 유럽 태양 에너지 협회 회장인 허만 쉬어를 비롯해 환경운동가 무하마드 유누스, 여러 기업가, 정치가 등이 출연하였다.

 

출연자들은 가까운 미래에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100% 재생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으로 옮겨 가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출연자들 중 프랑스의 어느 한 정치인만이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감독은 그 정치인 인터뷰를 다른 출연자들의 인터뷰 사이 사이에 편집하여 넣음으로써, 불가능하다는 주장의 근거들을 자연스럽게 반박해 나간다(심지어 그의 인터뷰는 고층 건물의 한 집무실에서 사무적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며, 감독은 그의 인터뷰 장면에 그 어떤 배경 음악조차 깔아주지 않는다.)

 

감독은 직접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하지 않지만, 다큐 분위기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 스스로가 정해진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도록 하게 하는데, 다큐의 분위기 및 내용은 대충 아래와 같다.


허만(언제나 조금은 화를 내고 있는 것 같은 목소리로 읽어 주세요. 재생 에너지 사용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호통치듯이):

 

 미래에 100%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문제입니다. 그들은 주로 정부 관련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석유 산업가나 원자력 산업가와 아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지요."

 

프랑스 정치인(사무실용 의자에 푹 기대고 앉아):

 

지금의 인구 증가 추세로 미루어 보건데, 앞으로 지구 전체의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늘어날 일만 남은 거죠. 풍력, 태양열 에너지로 전세계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프리카 말리 공화국의 한 학생(똑똑하고 긍정적으로 보이는 청년):

 

아프리카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전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는 마을의 전력 공급을 위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덴마크의 재생가능 에너지로만 돌아가는 마을에서 저는 10개월을 유학했고, 저 스스로 태양열 전지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배운 것에 대해서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죠. 그리고 대통령으로부터 초대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이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써서 밤에도 부엌에서 일을 할 수 있고, 수확한 씨앗의 기름을 짤 수도 있어요."


프랑스 정치인(책상 쪽으로 몸을 숙이고 손깍지를 끼며):

 

앞으로 10년 내에 중국에 건설될 예정인 화력 발전소는 현재 유럽 전체의 발전소보다 많을 것입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은 화력 발전소로부터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땅 속에 이산화탄소를 묻는 기술을 순조롭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허만(답답하다는 듯이):

비용 이야기를 자꾸 하는데요,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묻고, 원자력 발전 폐기물을 또 어디에다 묻습니까. 그걸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보다 비싸다고 확신합니다. 현재 에너지 시스템의 자원 고갈 문제, 방사선 피해 문제, 테러 공포 문제, 환경 파괴 문제, 이런 것들은 어쩔 겁니까?"

 

덴마크의 인상좋은 할아버지(KFC설립자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인상이나, 반짝이는 눈과 침착하고 논리 정연한 말솜씨로부터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

 

우리는 실제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만을 사용하여 100% 마을 전력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집 단위, 마을 단위로 전력을 자급 자족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거죠. "

 

허만(만족하는 듯한 웃음을 띠고):

 

작은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주민들부터. 단지 필요한 건 처음의 기술을 개발하고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입니다. 그 후부터 우리는 에너지를 얻어야 할 걱정으로부터 100% 벗어나게 됩니다. 태양과 바람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지요. 보이시나요?"

 

프랑스 정치인(점점 그의 주장은 작아져 보이나 끝까지 꿋꿋하게…):

 

작은 마을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를 이야기죠. 하지만 로스앤젤레스같은 대도시는 어떻게 지탱할 겁니까?"

 

독일 기업가:

저는 전기 자동차의 매력에 한껏 빠져 있습니다. 제가 건설한 건물 내에서는 모든 것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 돌아갑니다. 바이오메스 열로 주방에서는 조리를 하고..."

 

아마존의 연구가:

 

다음 세대를 위해 할 일은 명확합니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 산림 파괴를 방지하는 것."

 

프랑스 정치인:

 

그러니까 제 말은..."

 

덴마크 할아버지:

 

사람이 나이가 들면 장래를 생각하게 되어 있거든요. 저는 어느 때부터 해결책을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여 생활한다는 게 반드시 생활의 질의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우리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종류의 번영을 맞이할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후손들을 위해. 무엇이 현명한 방법일까요?"

 

프랑스의 정치인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프랑스의 정치인에게 설득당할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회로의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의 에너지 공급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며(자원 고갈), 전력 공급 후 후처리에 드는 비용 및 악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난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시스템으로 인간의 멸망을 앞당기고 싶지 않다. 즉,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은 내 아이, 내 아이의 후손들은 고려하지 않은 현재 위주의 시스템이다. 

 

후세대를 생각한다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위해 드는 초기 비용은 우리가 감당해야 하며,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대도시의 전력 사용 방식을 대대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이게 쉬워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각국의 문화와 개개인의 삶의 방식까지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의미한다.

 

예를 들면, 중국인들의 생활 습관이나 사고 방식, 미국인들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라이프 스타일 같은 것. 이를 위해선 개인의 결단력과 실천력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것은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꽤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이것은 마치 어떤 여직원-추운 겨울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실내 온도를 한껏 올려 놓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는 게 일상 속의 최대 행복인-에게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 실내 온도를 3도, 목욕은 일주일에 3번만 한다면 태양열 에너지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합니다, 라고 미묘하게 강요하는 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자 있는 국가가 유럽도 아니오, 미국도 아니오, 아프리카의 말리 공화국이라니.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다큐 등을 보면서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동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고 있는지 모른다.

 

자연에 대해 몸으로 반응하면서 단순하게 생각하고 그런 방식으로 살아나가는 삶이 가끔은 놀랄 정도로 순수해 보인다. 아시아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국가 발전 방식을 아프리카가 보여 준다면, 미래에 아프리카는 지구촌 정세를 이끄는 주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멋대로 생각해 본다.

 

오하나/ 일본 교토대 인간 환경학 연구과 석사 과정. 벌노랑이의 환경 적응과 진화에 관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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