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모두의 에너지, 환경회의 젊은이편’ 회의에 다녀와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후, 젊은이들 환경에 관심

인간을 변화시키는 동기는 무엇일까. 남겨진 미래에 대한 희망일까, 경험으로부터 얻게 된 두려움일까. 혹은 막막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까, 경험으로부터 깨달은 한 조각의 희망일까. 그 동기가 무엇이든지 간에, 동기의 불은 대부분 주변 환경에 의해 당겨지게 마련이다. 여기 일본에서는 작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사람들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 변화의 불꽃이 붙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2012년 2월 4일, 교토 캠퍼스프라자에 모여 [모두의 에너지, 환경회의 젊은이편] 이라는 의제로 4시간에 걸쳐 환경회의를 벌였다. 주최는 클라이밋 유스 재팬이라는 환경 단체가 맡았다. 이들을 모이게 한 건 아마 희망보다는 두려움이리라. 원전 사고로부터 얻게 된 뼛 속까지 스며드는 안전에 대한 두려움과 내일을 살아나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전력 부족에 대한 두려움. 

20120215_1.JPG » 패널들의 모습. 오른쪽에서 네번째에 앉아 있는 사람이 니시노 히카루 씨이다.

현재 일본의 젊은이들은 일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트위터 창 위에서 두 줄 이내의 불만 토로로 넘기기엔 도가 지나치게 답답하다고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이들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는 일본 사회에서 젊은이들은 어떻게 행동하면 튀지 않으면서도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헤매고 있는 듯 보인다. 이 날의 환경 회의가 의미 있었던 건,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실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성적이면서도 효과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회의는 크게 두 세션에 나뉘어 진행되었다. 첫번째 세션에서는 30-40년 후 일본의 에너지 정책에 대하여 토론하였다. 의제 제공은 사와다 테츠오(동경공업대학 조교수), 야마기시 나오유키(WWF재팬)가 맡았다. 쿠보 유우타(에너지 정책을 연구중인 대학원생), 츠무라 야코오지(도쿄대 농생명연구과 대학원생), 니시노 히카루(교토대 지구환경학연구과 대학원생), 호노카와 카즈아키(풍력 및 태양력 발전사업 개발자)가 패널로 참여하였고, 이요다 마사요시(비영리법인 기후네트워크 연구원)가 진행하였다. 
 
사회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모인 탓에 원자력 발전 및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에 대한 의견도 다양했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패널은 니시노 히카루. 그녀는 교토대 대학원생이라곤 하지만 중년을 진작에 넘긴 아주머니다. 남편과의 사별 후, 시골로 귀향했다. 환경 관련 활동에 참여해 오다 후쿠시마 사건을 계기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그녀는 후쿠이구에 위치한 고등학생들의 인터뷰를 제시하면서 탈원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려주기도 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상당수가 탈원발에 대해서 반대, 혹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후쿠이구 주민들 중 다수가 원전 관련직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과 연관되어 보였다. 미래 일본의 에너지 정책 문제는 원자력 발전이냐 재생 가능한 에너지냐와 같은 단순한 양자 택일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지역의 균형 발전이라는 문제는 언제나 그래 왔듯, 정부의 정책과 정책이 낳은 산업 시스템과 맞물려 있다.
 
20120215_2.JPG » 환경 회의에 참여한 시민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연령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후반부 세션에서는 어떻게 젊은이들이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에다히로 쥰코(환경 저널리스트 및 행복경제사회연구소소장)가 의제 제공을, 이노우에 타카시(국토교통성 공무원), 코바타 아유미(중일신문 기자), 코바야시 타케시(음악 프로듀서 및 ap bank 대표이사), 후쿠시마 케에죠오(환경성 공무원), 무라이 무네아키(민주당 소속), 요시자키 타케히로(시가구립대학 환경과학부 3학년, 에코리그 칸사이사업부장)가 패널로 참여하였으며, 요시오카 타츠야(NGO피스보트 공동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에다히로 쥰코가 9시 뉴스의 간판 아나운서와 같은 목소리로 차근히 설명해 준 정책 참여 방법은 한국인인 나라도 일본 정책에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 설득력 있었다. 그녀는 젊은이들에게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견을 말할 것을 당부했다.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견이 갖추어야 할 조건 3가지를 제시했는데, 편향되지 않을 것 (무작위추출), 수렴된 과정이 중립적일 것 (진행자의 중립된 입장), 어느 정도 형식적이고 이성적일 것 (데모 보다는 청원서)가 그것이다. 
 
여기서 나는 에다히로 쥰코에게 질문을 한 가지 던졌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젊은이들의 의견을 들을 생각은 없는지. 그녀는 자신들도 물론 시도해 보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책을 결정하는 저 위의 사람들은 뭔가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믿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덧붙여 말했다. 그녀는 그 사람들은 에너지 문제를 GDP 대비 에너지 필요량, 에너지 산업과 일본의 경제 성장도 등 수량적인 방식에 기초하여 사고하고 있다며, 생명, 안전, 복지, 윤리 등의 다른 가치를 전달하고자 할 때에도 어느 정도는 수량적으로 제시해야 그들에게 먹힐 수 있다고 역설했다. 

20120215_3.JPG » 세션 2 패널들의 모습. 왼쪽에서 두번째에 앉아 있는 사람은 음악 프로듀서 코바야시 타케시 씨. 그는 세션 내내 단발 머리를 휘날리며 젊은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창조적으로 생각할 것을 당부했다.

버스를 타고 연구실로 돌아오는 길, 일본이라는 이국땅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젊은이로서, 나는 어떤 식의 사회 참여가 가능하고 또 필요할지 생각해 보았다. 이런 고민은 나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고민까진 아니더라도 뉴스를 보며 미간에 주름 한번쯤은 잡아 보았을 것이다. 취직 활동에 학점 관리에 겉으로 보기엔 무한 개인주의자들처럼 보이는 우리들도 찌르면 아픔을 느끼고 부당한 것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는 양심적인 인간들이다. 다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든 부분에서 아직 서투를 뿐이다. 에다히로 쥰코가 쓴 “왜 그 사람의 해결책은 항상 잘 먹히는 걸까?” 라는 내 취향과는 멀어 보이는 책을 친구에게 빌리며 회의장에 앉아 있던 한 남학생의 질문을 곱씹어 보았다. 
 
“어른들은 저희들에게 패기가 부족하다며, 야망이 없다며 다그칩니다. 일본을 바꾸려면 우리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구요. 저도 이번 원폭 사건을 계기로 현재 일본의 상황은 무척 불안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30-40년 후의 일본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스스로 뭔가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30-40년 후는 우리가 중장년이 되어 사회 속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을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당장 취직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수업이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 장소로 달려가지 않으면 안 되구요. 솔직히 말하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등에 깊게 관여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많지 않습니다. 도대체 우리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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