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대지진 한 돌, 학회차 간 오키나와에서 고래상어와 만났다

우리는 자연에 관심 가질 의무가 있다…당장 대지진 대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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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 전경.

 

일본 동북부에 대지진이 발생하여 많은 사람들이 죽은 지 일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주년을 기념하여 각지에서는 반 원전 시위가 한창이고, 추모 방송이 여러 채널로부터 흘러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예전의 일상생활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나도 부디 졸업만 무사히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정신 없는 대학원 생활을 하루 하루 보내고 있다. 일주년 즈음에 일본 남쪽의 오키나와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느라 몸도 마음도 다른 걸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지친 마음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떠돌이 배낭객들과 목적이 불분명한 장기 투숙객들이 공존하는 게스트 하우스였다.

 

거실에서 대낮부터 술판이 벌어졌다. 떠들썩한 대화들 사이로 방치된 티비에서 흘러 나오는 원발 추모 방송이 들렸다. 나도 하릴 없이 대충 바닥에 주저 앉아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낯선 이들에게 돌아가며 말을 거는 한 여자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너 한국인이니?”

  “응.”

  “와, 일본말 디게 잘 한다. (응이라고 말했을 뿐인데.) 너 그거 알아?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정의롭대. 아닌가? '정이 많다'였나? 여튼. 너 스스로도 그렇게 느껴?”

  “음…, 난 오히려 정의감이니 책임이니, 길에 내다 버리고 싶을 때가 많더라.”


멋쩍어 하는 아이를 뒤로 하고, 교토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오키나와 본토 북서부에 있는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에 다녀 왔다.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의 고래상어 동영상

 

 

고래 상어가 세 마리나 헤엄치고 있는 대형 유리 수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참 자유로와 보였다.

 

왜 우리 인간들은 정의감 혹은 책임 따위를 느껴야 하지? 본능에 충실하게 그렇게 행복하게 살다 죽으면 그만 아닌가? 내 한 몸 챙기기 바쁜데 저 아무 생각없이 헤엄치고 있는 고래 상어를 왜 보호해 ‘줘야’ 하지?

 
이런 우문에 한스 요나스가 현답을 내려 주었다.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걱정에서 해방시키고, 더 큰 안전과 자유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의 진보는 우리에게 동시에 새로운 책임의 의무를 지운다고.

 

바로 자연에 대한 책임이라는 의무다. 생명 공학이 발달하여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하고 있는 (내가 그 한 가운데에 있다니!) 이 시대에 한 인간의 행위는 지구상에 영원한 흔적을 남기게 되었다.

 

무에서 왔다가 무로 돌아간다고? 천만의 말씀. 무에서 왔을지언정 절대로 현대인들은 무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도 자연에 대해 무관심할 권리를 완전히 상실했다.

 
힘든 일이다. 내 행동이 미치는 미래의 영향력까지 현대인들은 숙고하여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미래의 모습이 예측 불가능할 때에는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한국의 4대강 사업 소식도, 자신만만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도 듣기만 해도 절망스러운 것처럼.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될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간사이 지방에 곧 큰 지진이 찾아올 확률이 70%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데,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될 것 같다.

 

설령 큰 지진이 와서 내가 빌려 쓰고 있는 이 소형 아파트가 무너진다고 하더라도, 난 그때까지 뭔가 성실하게 연구를 해야 할 것 같고, 쓰레기 분리 수거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오늘 집에 돌아가서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적어 보았다.

 

1. 지진 때 필요한 구급품을 사서 현관 앞에 놓아두기.

2.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여 건물 오르내리기.

 

글·사진·동영상 오하나/ 일본 교토대 인간 환경학 연구과 석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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