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 먹잇감, 염소보다 개

조홍섭 2014. 09. 19
조회수 64132 추천수 1

인구 2만 인도 농촌도시 표범 먹이의 87%는 가축, 개가 39%로 가장 많아

염소가 마릿수는 많지만 접근 힘들어 떠돌이 개와 고양이 주로 사냥한 듯

 

leopards-india_s.jpg »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의 한 농촌도시에서 무인 카메라에 찍힌 표범. 표범은 거주지역에서 사람과 잘 공존한다.사진=세계보전협회 인도 지부

 

인구 증가와 개발 압력에 밀린 대형 포식자들이 보호구역 밖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사람과 함께 사람이 제공하는 먹이로 살아가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맹수가 주거지역에서 사람과 공존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인도, 브라질, 케냐 같은 개도국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한 세기 전 한반도에서도 호랑이와 표범, 늑대, 여우가 이런 식으로 살아갔다.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위험하다. 가축을 사냥하거나 사람을 습격하다가 죽임을 당하기 일쑤이다.
 

Gunsore_leopard_(Somnapur_village,_Seoni_district).jpg » 1901년 인도 세오니 지역에서 사람을 20명 잡아먹은 뒤 영국 관리에게 사살당한 표범이 마지막 희생자 주검과 함께 놓여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러나 인간 거주지역이 꼭 포식자에게 나쁜 여건만은 아니다. 그곳에는 사람이 제공하는 새로운 먹이인 가축이나 쓰레기, 애완동물, 농작물, 사료 등이 풍부하다.
 

실제로 인간 거주지역에서 야생에서보다 포식자의 밀도가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도시의 여우는 자연상태보다 15배나 밀도가 높고, 북미의 곰도 인간 거주지역에서 3배나 많이 산다.
 

그렇다면 인구 2만인 인도의 한 농촌 도시에서 확인된 여러 마리의 표범은 무얼 먹고살까. 인도와 노르웨이 연구자들은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 주의 농촌 도시 아톨리에서 표범의 배설물을 통해 먹이 분석을 시도했다.
 

fig.jpg » 연구 대상 지역(점선)은 보호구역(짙은 색)에서 15km 떨어져 있다. 그림=<오릭스>

 

농민들은 수수, 사탕수수, 채소 등을 재배하고 추수가 끝난 건기 동안에는 소와 염소를 방목한다. 가장 가까운 자연보호구역까지는 18㎞나 떨어져 있고 도시에는 자연림이 전혀 없다.
 

이 지역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에 찍힌 포식자는 표범을 비롯해 하이에나, 자칼, 여우, 삵 등이었다. 보통 야생 상태에서 이들의 주 먹이인 사슴 등 발굽동물은 전혀 없었다.
 

연구진은 표범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며 배설물을 수집했다. 표범은 오솔길과 밭둑 길, 마른 개울은 물론이고 포장도로도 자주 이용했다. 표범의 것으로 확인된 배설물은 123개였다.
 

도로 위 또는 인가에서 1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배설물도 있었다. 인가와 발견된 배설물의 평균 거리는 213m였다. 그만큼 표범은 사람 근처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Srikaanth Sekar_Nagarhole_Kabini_Karnataka_India,_Leopard_September_2013.jpg » 인도 나가르홀 국립공원의 표범. 사람 거주지역에도 상당수 서식한다. 사진=Srikaanth Sekar, 위키미디어 코먼스

 

배설물 속 털의 디엔에이(DNA) 검사를 통해 확인한 동물은 모두 11종이었다. 표범의 주 식량은 가축이어서 전체 먹이 양의 87%를 차지했다. 나머지 표범이 잡아먹은 야생동물은 쥐를 비롯해 사향고양이, 원숭이, 새, 몽구스 등이었다.
 

그런데 가축 가운데 개가 먹이 양의 3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지역에 가장 많은 가축은 염소로 그 밀도는 개보다 7배나 많지만 먹이 가운데 비중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12%를 차지한 고양이보다 작은 값이다.
 

연구진은 “염소가 개보다 많지만 낮에는 사람이 지키고 밤에는 우리에 가두는 등 개보다 표범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지역에서 개는 애완동물 또는 떠돌이로 어디 가나 있으며 그 밀도는 ㎢당 24마리에 이른다.
 

연구에 참여한 울라스 카란트 세계보전협회(WCS) 아시아 과학국장은 “자연보호구역이 아닌데도 농촌 지역에서 지난 20~30년 사이 표범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밀렵 규제, 보전 의식 향상, 버려진 개 수의 증가 덕분이었다. 이것은 보전을 위해 좋은 소식이고 인도 주민이 참아준 데 대해 경의를 표할 일이다. 물론 종종 벌어지는 인간과의 충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과제이다. 올바른 과학만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이 협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오릭스>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idya Athreya et. al., A cat among the dogs: leopard Panthera pardus diet in a human-dominated landscape in western
Maharashtra, India, Oryx, FirstView Articles , pp 1-7, DOI: http://proxy-net.snu.ac.kr/b5c56e7/_Lib_Proxy_Url/dx.doi.org/10.1017/S0030605314000106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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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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