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잡듯 나뭇가지로 ‘탁!’, 침팬지의 드론 격추 사건

조홍섭 2015. 09. 08
조회수 38964 추천수 0

네덜란드 동물원서 자연다큐 촬영중 발생, 계획된 적대감 표시

배운적 없어도 사람 행동 보고 13가지 유형으로 도구 이용 드러나

 

dron2-1.jpg » 암컷 침팬지 투시가 기다란 막대기로 후려쳐 드론을 격추시키는 장면. 드론에 촬영된 모습이다. 사진=왕립 뷔르허스 동물원

 

지난 4월10일 네덜란드 아른험에 있는 왕립 뷔르허르스(Burgers) 동물원의 침팬지 사육장에서 침팬지들이 아침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연못으로 둘러싸인 7000㎡의 널따란 평원에는 나무와 비계가 설치돼 있어 침팬지들이 야생에서처럼 생활한다. 1971년 설립된 이 동물원은 침팬지들의 동맹 결성 등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한 방송사 카메라 요원들은 드론(무인항공기)을 이용해 침팬지 무리의 근접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었다. 시험비행에 나선 드론이 나타나자 침팬지 무리는 낯선 모습과 윙윙거리는 소음에 약간 흥분된 모습이었다.

 

 

일부는 바닥에 껍질을 벗겨 먹고 버려둔 버드나무 가지를 움켜쥐었다. 4마리는 드론이 있는 쪽 비계로 올라갔다.
 
드론이 카메라를 달고 두 번째 본 비행에 나섰다. 카메라가 5m 높이의 줄로 만든 비계 위에 올라와 있던 침팬지 2마리를 클로즈업했다.
 
이 사육장에서 태어난 23살과 16살짜리 암컷 투시와 라이머였다. 조종사는 드론 쪽으로 다가온 투시의 왼쪽 손에 들려 있던 길이 180㎝의 나뭇가지를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투시가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로 나뭇가지를 크게 휘둘러 드론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추락해 망가진 드론의 카메라는 계속 작동해 호기심에 차 낚아챈 물체를 조사하고 물건을 던지기도 하는 침팬지의 모습을 촬영했다.

 

dron4.jpg » 두 암컷 침팬지 투시와 라이머가 긴 나뭇가지를 들고 드론이 정지비행을 하고 있던 곳에서 가까운 5m 높이 비계에 올랐다(a). 투시가 드론을 격추시켰고 라이머가 나뭇가지를 들고 이를 지켜보고 있다(b). 사진=왕립 뷔르허스 동물원

 
얀 판호프 등 이 동물원 관계자들은 과학저널 <영장류> 3일치에 기고한 글을 통해 침팬지의 이 행동은 “사전에 계획된 방식으로 도구를 이용한 사례”라고 밝혔다. 의도적으로 적절한 크기의 나뭇가지를 골라 공격 지점으로 가져가 행동에 옮겼다는 것이다.
  
이 동물원 침팬지는 특정한 용도에 따라 크기, 형태, 무게가 다른 13가지의 도구 이용 행태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누구도 도구 사용법을 가르친 적은 없지만, 이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도구를 쓰는 모습은 늘 봐 왔다.

 

dron3.jpg » 왕립 뷔르허스 동물원 침팬지사의 모습. 해자로 둘러싸인 넓은 벌판에 자연과 유사한 사육장을 조성해 놓았다. 사진=왕립 뷔르허스 동물원 동영상 갈무리.
 
침팬지들은 도구를 그릇, 국자, 컵처럼 이용해 물을 떠먹거나 날랐고,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사다리나 가구 대용으로 기둥이나 나무둥치를 이용하기도 했다. 길고 가는 나무줄기를 이용해 연못에 떠있는 물체를 당기거나 전기철조망으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은 나무 위 신선한 잎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박제 사자를 갑자기 보여준 실험에서는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무기 삼아 던지기도 했다. 야생 침팬지가 서아프리카에서 영장류인 갈라고를 사냥할 때 막대기를 창처럼 쓴 사례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드론 공격은 의도된 공격일까, 아니면 두려움에서 비롯된 본능적 반사행동일까. 연구자들은 공격하기 전 투시가 공포에 질린 표정이 아니라 굳은 얼굴에 이를 드러낸 찡그린 표정을 지은 것으로 보아 적대감에서 비롯된 의도된 공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아침의 평화를 깬 침입자에게 사람이라도 할 법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Melbourne Aerial Video.jpg »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맹금류 한 마리가 공중을 비행하던 드론을 공격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사진=메버른 항공 비디오 동영상 갈무리.


연구자들은 “이번 사례가 침팬지의 문화적 유연성과 사전 계획 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가 될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한편, 최근 드론 사용이 늘면서 맹금류가 드론을 먹이로 오인하거나 침입자로 간주해 공격하는 사례가 미국, 호주 등에서 보고되고 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an Hoof, J. A. R. A. M. and B. Lukkenaar. 2015. Captive chimpanzee takes down a drone: tool use toward a flying object. Primates, online.DOI 10.1007/s10329-015-0482-2.

http://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329-015-0482-2%2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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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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