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도랑부터 살려야 4대강도 산다

김정욱 2015.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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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 위주 ‘4대강 지류정비’ ‘고향의 강’ 사업은 상류까지 죽여
주민 참여 아래 유역 차원에서 도랑의 자연성과 되살려야

 

05129170_R_0.jpg » 낙동강유역환경청 주최 ‘옛 도랑 사진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빨래터>. 하천의 자연성과 마을 공동체가 유지되던 하천 상류의 원래 모습이다. 사진=원주지방환경청


충청남도가 서해안 지역에 가뭄이 들면서 금강의 물을 보령댐으로 끌어가서 수돗물로 공급하겠다고 하자, 그동안 아무 소리 못하고 잠잠하던 4대강 사업 추진세력들의 목소리가 드디어 터져 나왔다. ‘4대강 사업 안 했으면 어쩔 뻔했느냐’, ‘4대강 사업이 생명수 만들었다’, ‘4대강 사업 안 했으면 강바닥이 말랐을 것이다’ 등등 한껏 명예회복을 해보겠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보령댐으로 가져가겠다는 물은 4대강 사업으로 백제댐에 모아둔 물이 아니라 백제댐  하류를 지나 흘러가는 그냥 금강물일 뿐이다. 4대강 사업으로 모아둔 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댐들은 실제로는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만든 것이고 수위를 낮추면 강변의 여러 시설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그 물을 빼서 수위를 낮추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팔당댐이나 잠실수중보의 경우와 같다.
 
팔당댐과 잠실수중보에 저장된 물을 우리가 쓰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댐들은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고 있고 실제로는 그 상류에서 흘려보내는 물을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4대강의 댐들도 이와 같이 운영되기 때문에 혹 댐 안에서 물을 빼서 쓴다 할지라도 이때에도 상류에서 흘려보내는 물을 쓸 수 있을 뿐이지 저장된 물을 쓰는 것이 아니다.

 

03386652_R_0.jpg » 한강의 잠실수중보. 다목적댐과 달리 애초 이수나 치수의 목적으로 지은 시설이 아니어서 다량의 물을 가두어 두지 못한다. 사진=김태형 기자
 
그러나 정말 금강의 물을 상수로 써야 할 때에는 4대강 사업이 큰 걸림돌이 된다. 왜냐하면 만들어둔 댐들의 수문을 열어 녹조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물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4대강은 녹조가 창궐하면서 사람이 마실 수 없는 맹독성 물질이 고농도로 들어 있다.
 
일본의 신슈대학에서 2015년 8월 4대강의 조류 속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를 조사했더니 금강(고마나루)에서 0.310 ppm, 낙동강(달성)에서 0.434 ppm, 한강(가양)에서 0.386 ppm, 영산강(영산)에서 0.196ppm이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용수의 마이크로시스틴 기준을 0.001 ppm 이하로 정했는데 물고기는 그 10분의 1 수준에서도 피해를 입는다고 알려져 있다. 녹조가 심한 물에서의 농도는 보통 수십 ppb(ppm의 1천분의 1)에 예사로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남조류 녹조가 번성한 물은 아예 상수원수로 부적합하다고 판정을 내리고 물고기도 잡지 못하게 하며 농업용수로도 쓰지 못하게 한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 주의 톨레도 시에서 5대호의 하나인 이리호에서 남조류가 발생하자 곧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못 마시게 하고 생수병을 공급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리호의 녹조는 4대강의 녹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 녹조는 물을 흐르게 하면 해결된다.
 
4대강 사업 찬동인사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4대강 사업 반대자들 때문에 사업을 반쪽밖에 못하는 바람에 가뭄을 해결하려다가 말았는데 이제 나머지 지천 정비 사업마저 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이런 넋두리는 대꾸를 할 가치가 없다.
 
낙동강과 영산강에 하굿둑을 막은 뒤 둑 안의 물이 썩고 녹조가 창궐했는데, 그 하굿둑 상류에 댐들을 줄줄이 세우면 이들 댐들도 다들 똑같은 운명이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홍수 막고 가뭄 해결하고 물 깨끗하게 해준다던 4대강 사업이 전부 다 엉터리로 드러났다. 이제 지천에다가 같은 사업을 벌이면 지천들도 이와 같이 되리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옛날에 중국의 순 임금이 곤에게 치수를 맡겼더니 온갖 인위적인 토목공사를 다 벌였는데 오히려 물난리로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그래서 우에게 치수를 맡겼더니 물을 순리대로 흐르도록 만들어 잘 다스려졌다고 한다. 곤은 사형을 당해 죽고 우는 임금이 되어 태평성대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런 오랜 격언이 전한다. ‘치수를 할 때 물길을 바꾸는 것은 하책이고, 둑을 쌓는 것은 중책이고, 그대로 두는 것이 상책이다.’  과연 최근 들어 선진국이 앞다투어 강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은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만고의 진리를 부정하고 맑지 않은 윗물은 그대로 둔 채 아랫물을 맑게 하겠다고 헛수고를 한 사업이다. 그리고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부정하고 물그릇을 키워 물을 깨끗하게 한다면서 물을 흐르지 못하게 막아서 오히려 썩게 한 사업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도랑들이 모여서 강이 되는데, 이런 도랑들을 살리지 못하고서는 큰 강을 살릴 수 없다.
 
무엇보다, 도랑을 살리려면 도랑 주변부터 깨끗하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하천 상류의 도랑들은 대부분이 쓰레기로 더럽혀져 있다. 산골짜기에는 등산객들이 버린 각종 비닐봉지와 술병과 음식 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도랑쓰레기1.jpg

 

도랑쓰레기2.png » 온갖 쓰레기로 뒤덮인 도랑의 모습. 사진=최충식

 

마을로 내려오면 마을의 도랑들은 농약병, 비닐, 각종 가정 쓰레기와 농업 폐기물을 버리고 태우고 축산폐수까지 흘러드는 콘크리트 하수관으로 변한 곳이 대부분이다. 멱 감고 가재와 물고기가 놀던 도랑은 다 사라졌다.
 
04415643_R_0.jpg » 홍수 때 쓰레기로 뒤덮인 팔당호 모습. 상류 유역의 도랑에 쌓여있던 쓰레기가 모두 흘러든다. 사진=하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 쓰레기는 큰비만 오면 소양댐, 팔당댐을 비롯한 모든 식수원 댐으로 흘러들어 무거운 것은 댐 밑에 가라앉아 쌓여 물을 썩게 하고 가벼운 쓰레기는 물 위를 덮어 버린다.

 

쓰레기는 결국 바다로 흘러가 서해안에서 새우를 잡으면 어떤 때에는 새우 반 쓰레기 반이다. 또 태평양으로 흘러들어 한반도 일곱 배 크기의 쓰레기 섬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01047253_R_0.JPG » 김포 대명포구 활어공판장에 덕적도 인근에서 잡아올린 참새우 더미에 쓰레기와 뒤섞여 있다. 김포/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North_Pacific_Subtropical_Convergence_Zone.jpg » 해류에 쓸려 모인 쓰레기가 북태평에서 거대한 쓰레기 섬을 이뤄 떠도는 지점(사각형). 그림=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런 쓰레기의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에는 여러 가지 유해한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 플라스틱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하여 염소나 중금속이 들어가는데 염소는 특히 태우면 다이옥신을 비롯한 극히 유독한 유기염소화화합물을 만드는데 그 중 많은 것이 환경호르몬이다.
 
또 어린이 장난감같이 말랑말랑한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하여 프탈레이트가 들어가는데 이것도 환경호르몬으로서 생식기능에 장애를 초래한다. 질기게 하기 위해서는 비스페놀 에이(BPA)를 첨가하는데 이것도 환경호르몬이다. 거품을 만들거나 폴리우레탄을 만들기 위해 넣는 티디아이(TDI)도 매우 유독한 물질이다.
 
플라스틱은 서서히 분해되면서 이러한 유해물질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태울 때에는 특히 다량의 맹독성 물질들이 만들어진다. 지금 시골에서는 플라스틱을 태워서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이들 쓰레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미세한 입자로 분해될 경우에는 많은 다른 오염물질까지도 흡착하게 되고 박테리아를 비롯한 모든 생물에 무차별적으로 섭취가 되기 때문에 생태계 전반에 더욱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모든 강에서 프탈레이트가 상당량 검출되고 있고 많은 물벌레에서 생식기능 이상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는 프탈레이트의 영향일 수도 있다. 여성환경연대의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소변에서는 미국 초등학생의 2배, 특히 아토피 학생들은 4배에 가까운 농도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시골 마을에는 대개 쓰레기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거해 간다. 그래서 시골 마을에는 매일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어서 태워 없애거나 그냥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쓰레기를 버리는데 돈을 내야 한다면 특히 그렇다.
 
시골 마을에서도 쓰레기는 매일 수거해 주어야 한다. 또 쓰레기를 가져오면 오히려 보상금을 지급하고 재활용품에는 시가보다 훨씬 비싸게 보상을 해주면 이런 폐단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고 또 효과적이다. 이 쓰레기를 나중에 식수원 댐이나. 바다에서 수거해야 할 때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
 
시골 마을의 쓰레기가 꼭 주민이 버린 쓰레기만은 아니다. 산에 등산객이 버린 쓰레기, 낚시꾼이 버린 쓰레기, 얌체족이 갖다 버린 쓰레기, 해변에  떠내려온 쓰레기, 이런 쓰레기가 말도 못하게 많다. 이런 쓰레기를 수거한다면 그에 대한 보상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공주 도랑살리기1.jpg » 지역 주민이 참여해 자연스런 도랑을 복원한 충남 공주의 도랑 살리기 사업 현장.
 
둘째, 지역주민이 도랑 살리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도시의 상류 도랑들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도시의 산에서 내려오는 도랑은 중간에 물길이 끊어져 가정오수와 더불어 하수관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청계천에는 북악산이나 인왕산에서 흘러내린 도랑물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먼 상수원수를 끌어와 흘려보내고 있다. 청계천은 넘치지 않았는데 청계천 일대와 광화문이 물에 잠기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리고 비만 오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하수처리장으로 흘러들기 때문에 처리장이 넘쳐서 하수를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의 도랑은 대부분의 이와 같이 길을 잃고 사라지고 없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마을에서 발생하는 오염은 둠벙에 받아 정화시키고 마을숲과 수변 식생대를 거치면서 여과되어 도랑으로 물이 흘러들도록 하였다. 그리고 도랑에서는 수초와 모래가 또한 물을 정화하는데에 큰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둠벙이 다 사라지고 도랑변의 식생대를 없애고 도랑을 콘크리트로 하수관처럼 만들어 버린 데가 많다. 이런 도랑은 물을 정화할 기능이 없다.
 
4대강 사업에서처럼 도랑 안에서 토목공사만 잔뜩 벌인다고 도랑 물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도랑을 유역 차원에서 이 모든 것들을 유기적으로 엮어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복원하여야 하고 또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를 해야만 살아날 수 있다.

 

게시판1.jpg » 대전 증촌꽃마을의 도랑 살리기 활동 게시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둠벙을 대신할 습지와 수변 식생대를 만들자면 주민들이 땅을 내놓아야 할 경우도 있다.
 
습지는 꽃이 피는 식물을 심어 정원으로 가꿀 수도 있고 혹은 미나리나 연을 심고 미꾸라지를 양식하든지 하여 소득원으로 만들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자면 주민들이 생활에서 오염을 줄이고 농사를 친환경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산을 깨끗이 보존하여 물의 근원을 맑히고, 빗물을 저장해 씀으로써 홍수를 줄이고 가뭄에 대비하는 등의 노력을 한다.
 
일본 시가현의 호리에(針江) 마을에서는 마을의 도랑을 살려 집집이 그 도랑물을 끌어가 연못을 만들고 물고기를 키우는데 동네의 물고기들이 모두 다 죽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이 농약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알고 그 후로 이 마을에서는 농약을 더는 쓰지 않는 친환경 농업을 하게 되었다. 도랑을 살린 마을들은 대부분이 이와 같이 주민들이 스스로 뜻을 모아 친환경적인 생활을 한다.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 사업을 아직 반밖에 못한 것이라면서 1, 2, 3단계로 나누어 지류정비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는데, 1단계 사업에서만 15조 1900억 원을 요구하였고 총 사업비는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하였다(2011년 4월17일 <연합뉴스>).
 
이 사업이 정말 저들의 말대로 반대자들의 목소리 때문에 중단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업이 실은 ‘고향의 강’이라는 사업으로 변신하여 17조원의 예산을 책정하여 지방하천에다 쏟아 붓고 있다.
 
이는 마치 ‘한반도 대운하’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변신한 것과 같다. 각 시군에다가는 수백억 원씩 할당하여 토목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 사업이 하는 내용은 4대강 사업과 대동소이한데, 강에다 중국에서 수입한 돌을 일률적으로 갖다 붙이고 다리에다 휘황찬란한 조명을 다는 그런 식의 공사들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다 불법적인 공사이다. 이런 사업은 건설회사를 위한 사업이지 강을 살리는 사업이 아니고 주민들을 위한 사업도 아니다. 이런 공사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에 비하여 도랑 살리기 사업에는 주민들의 열정과 노력이 자산이기 때문에 그런 거창한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한 마을에 천만 원 정도만 지원한다 하더라도 주민들이 돈이 없어 미루어 두었던 큰일을 해낼 큰돈이다. 그러면 나머지 일은 주민들이 알아서 전문가들과 상의해 가면서 다 해놓는다.

 

04809338_R_0.JPG » 도랑이 살아나 가재가 돌아오는 하천을 만들려면 먼저 주민 공동체가 바로 서야 한다. 사진=이병학 기자


우리나라에 5만개 정도의 도랑이 있다고 보는데 전국에 다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500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주민들의 뜻이 모이는 데만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돈이 다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도랑 살리기’ 운동이 시작된 지 10년쯤 되는데 지금은 상당수 마을이 이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 마을의 특징은 도랑만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가 살아나 노령화하는 마을에 활력을 불어 넣으면서 여러 가지 유익하고 재미나는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변한 마을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마을을 떠났던 젊은이들이 돌아온다고 한다. 이런 마을이 자랑스럽게 마을 앞에 내건 안내판과 도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게시판2.jpg
 
강 상류의 작은 도랑을 살릴 줄 모르면서 큰 강을 살린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자기 몸과 가정을 잘 다스려 본 사람이 나라를 다스려야 나라가 바로 서듯이, 도랑을 먼저 살리고 그 방법을 익힌 다음에 강을 다스려야 강이 살아난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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