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복원 성공하려면 생태계가 먼저 살아야

김찬국 2016. 0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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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사라진 이유는 서식지 훼손과 농약 사용 인한 먹이 감소
멸종원인 여전하다면 한국호랑이 등 종 복원까지는 먼 길

05583937_P_0.JPG » 지난해 방사한 황새 민황이와 만황이 부부가 지난 5월 충남 예산군 황새공원 인공둥지에서 번식에 성공해 태어난 새끼 황새 두 마리를 돌보고 있다. 예산군 제공

펭귄과 큰바다쇠오리

흔히 남극권에는 펭귄이 살고, 북극권에는 북극곰 등이 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북극권에는 펭귄이 살지 않을까? 

원래 북극해를 비롯한 북대서양 일대에는 큰바다쇠오리라는 새가 살았다. 몸길이가 약 80㎝ 정도인 이 새는 생김새나 동작이 우리가 아는 펭귄과 닮았다.

북극해에 살면서 바닷속의 멸치나 오징어를 잡아먹고 육상에서는 (우리가 아는) 펭귄처럼 걸었고, 두려움이 없이 사람들에게 다가오기도 했다고 한다. 

큰바다쇠오리에게는 북극곰 외에 별다른 천적이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고기나 알을 식용으로 쓰고, 깃털이나 지방을 채취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이 새를 잡았다. 지나친 사냥으로 수백만 마리였던 큰바다쇠오리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1844년 그린란드에서 마지막 번식 가능한 큰바다쇠오리가 잡히면서 지구 위에서 멸종하였다. 

Grote_alk_-KBIN-.jpg » 브러셀 자연사박물관에 보관 중인 1844년 마지막으로 포획된 큰바다쇠오리의 표본. 위키미디어 코먼스

큰바다쇠오리의 학명 ‘핑귀누스 임페니스’(Pinguinus impennis)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시 유럽의 일부 지역에서는 큰바다쇠오리를 ‘펭귄’이라고 불렀다. 멸종한 이후 큰바다쇠오리를 닮은 새가 남반구에서 차례로 발견되면서 그 새를 현재 우리가 부르는 것처럼 펭귄이라 부르게 되었다.

물론 큰바다쇠오리와 펭귄은 목 수준에서 구별되는 분류학적으로 아주 먼 집단이다. 그러나 이 새가 살아남았다면 펭귄과는 전혀 다르더라도 모습은 비슷한 ‘북극의 펭귄’이 되었을 것이다.

Beijing Normal University_chinatigers4_0819_NF_ChinaTiger_PF2_1_s.jpg » 두만강 건너 중국과 러시아 국경 근처 산림에서 무인 카메라에 촬영된 한국호랑이. 2012~2014년 동안 27마리가 촬영됐다. 베이징사범대학

중국에서 ‘한국호랑이’가 목격된다. 우리나라에는 언제 다시 나타날까?

최근 중국 길림성 인근의 민가에서 ‘백두산호랑이’(아무르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한국호랑이, Panthera tigris altaica)가 출몰한다는 소식을 접하였다. 러시아, 중국 등 일부 지역에만 야생으로 살고 있다고 알려진 아무르호랑이는 한반도에서는 일제강점기 시기에 급격히 사라졌고, 이 과정은 올해 개봉된 영화 <대호>도 잘 다루고 있다(■ 관련 기사: 그 호랑이와 그 사냥꾼의 적대적 교감, 최후를 나눴다)

아무르호랑이는 현재 주로 러시아와 중국 등지에 서식하고 있는데, 1930년대에는 20~30마리에 불과하였으나 이후 개체수가 다소 늘어나 현재 54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07년 이러한 변화를 근거로 아무르호랑이의 멸종위기 등급을 ‘위급(야생에서 멸종할 위기가 매우 높은 종)’ 단계에서 ‘위기(보호가 이뤄지지 않으면 멸종위기에 처할 수 있는 종)’으로 조정하였다. 최근 중국의 민가에서 목격되는 야생 상태의 호랑이도 개채수가 일부 회복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 흑룡강성에 있는 동북호림원에서는 아무르호랑이를 대규모로 사육하고 있다. 1996년 아무르호랑이 8마리로 시작해서 2015년에는 1000여 마리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아무르호랑이 번식 거점인 이곳으로부터 우리나라도 호랑이 쌍을 들여왔지만 아직 국내 번식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북한·러시아 국경 지대에 아무르호랑이와 아무르표범을 보호하기 위한 국립공원을 조성 중이라고 하니 더욱 반가운 일이다(■ 관련 기사중국에 지리산 2호랑이 국립공원생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연구가 축적되어 중국에서 들여온 호랑이의 인공번식에 성공하고 나면, 그때는 한반도에 호랑이가 다시 살 수 있게 될까? 더 기대하기로는 두만강 부근에 만드는 중국의 국립공원으로부터 백두대간을 따라 한국호랑이가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라진 생물종을 다시 한반도에 들여오는 노력

01146825_P_0.JPG » 자연적응 훈련을 마치고 지리산에 2005년 방사된 북한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 구례/ 김진수 기자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생물종을 한반도에 재도입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반달가슴곰, 여우, 황새 등은 이미 야생 상태로 방사하였고, 장수하늘소와 따오기 등에 대한 종복원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1971년 마지막 황새 한 쌍이 사라진 후, 러시아에서 데려온 새끼 황새 2마리로 시작한 한반도 황새 복원 프로젝트는 인공번식이 성공하고 개체수가 증가하여 2015년 9월 충남 예산의 황새마을 일대에 8마리를 풀어주었다. 2016년 5월에는 자연부화 방식으로 태어난 새끼 황새 2마리가 자연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는 황새를 발견할 수 없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진행된다고 평가되는 한반도 황새 복원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우리 땅에서 사라진 생물종을 다시 들여오는 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황새가 사라진 이유가 개발에 따른 서식지 훼손과 농약 사용 등으로 인한 먹이 감소 때문이라면, 이러한 원인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황새의 야생복귀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국호랑이도 마찬가지다. 생태계 안에서 한 생물종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한국호랑이의 인공번식에 성공하거나 두만강 부근의 러시아와 중국 땅에 개체수가 충분히 증가하여 이동할 준비가 되어도, 먼저 한반도에 한국호랑이가 살아갈 서식지가 회복되어야만 진정한 의미의 ‘한국호랑이’를 다시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따오기.jpg » 2016년 자연부화 방식으로 태어난 새끼 황새 ‘자황’과 ‘연황’. 예산군

따오기2.jpg » 2008년 중국에서 우포늪복원센터에 온 따오기 한 쌍. 따오기복원센터


황새는 언제 한반도에 온전히 다시 돌아오게 될까? 

그렇다면 언제쯤 한반도에 황새와 호랑이가 다시 살아갈 수 있을까?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에서 볼 수 있듯이 날개를 편 길이가 2m에 달하는 황새는 우리나라 텃새 가운데 가장 큰 새여서 ‘크다’라는 접두사를 붙여 ‘한새’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광복 전까지만 해도 황해도와 충북도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이 새는 현재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제199호로 보호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황새 번식지는 하천 주변의 비옥한 땅이었고 주로 사람들의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전쟁과 이후 농약의 사용 등으로 서식처가 훼손되고 먹이가 고갈되면서 이 땅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1971년 충북 음성군에서 번식하고 있던 황새 한 쌍이 발견되었지만 사진이 공개된 지 3일 만에 수컷은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었고, 살아남은 암컷 황새는 '과부황새'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1994년 서울대공원에서 최후를 맞았다(■ 관련 기사: 자바코뿔소 멸종이 떠올린 토종 황새 멸종의 기억).

1996년 한국교원대학교 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가 러시아에서 새끼 황새 2마리를 데려오면서 한반도 황새 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2001년 우리나라에서 황새의 인공부화가 성공하였다. 

인공번식이 성공하면서 사육하는 황새가 150여 마리에 이르자, 2015년 9월 황새가 한반도에서 사라진 이후 처음으로 충남 예산군 광시면 황새마을 일대에 8마리를 풀어주었다. 앞으로 10년 동안 매해 1~2쌍 정도 방사할 계획인데, 한반도에 황새가 50쌍 이상 번식하도록 하는데 적어도 50~100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황새복원.jpg » 재도입된 황새의 자연으로의 방사 단계 (황새생태연구원)     
  
이렇게 황새는 다시 들여오게 되었지만, 우리 주변의 환경은 여전히 황새들이 살아가기에 적절한 조건이 아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황새가 사라진 조건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다. 생태계 내에서 황새는 미꾸리, 개구리 등을 먹이로 살아가고, 이들이 살기 위해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영농방식과 깨끗한 물과 생명력 있는 흙이 있어야 한다. 

예산군 황새마을 일대 주민들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다. 하천과 논 사이에 완만한 어도를 설치하고, 논 옆에 둠벙을 두어 논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도록 하였다. 어쩌면 50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한반도 황새의 복원의 진정한 의미는 깨끗한 물, 맑은 공기, 건강한 흙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종이 있는 생태계를 유지하며 사람과 황새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한국호랑이까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더 좋을 테지만.

황새.jpg » 천연기념물 황새의 춤 브랜드.

도도새, 큰바다쇠오리와 다른 운명의 새: 황새와 따오기 

앞에서 소개한 큰바다쇠오리 외에도 더 이상 지구상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와 동식물들은 적지 않다. 13세기 뉴질랜드에서 발견되었다가 남획으로 14세기 경에 멸종한 모아새와 16세기 인도양 모리셔스섬에서 발견되었다가 15세기 멸종한 도도새는 인간의 영향으로 멸종한 잘 알려진 사례에 불과하다. 

도도.jpg » 자연에선 사라지고 미국 스미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만 남아있는 모아새와 도도새표본.

다행히 황새와 따오기는 그나마 지구 차원의 멸종이 아니어서 외국에서 도입하여 종복원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한반도와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동식물들이 이들 사라져간 생물종의 길을 따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들과 함께 살고자 하는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김찬국/ 한국교원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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