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의 달인' 두꺼비…중국과 한국 오갔다

조홍섭 2018.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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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때 육지였던 서해 건너 유입
간빙기 때 고립됐다 다시 중국으로
금개구리, 한반도 적응 ‘특산종' 됐지만
두꺼비는 유전자 교류해 ‘세계인' 됐다


f1.jpg » 한반도의 두꺼비는 중국에서 왔고 또다시 중국으로 이동해 갔다는 유전적 증거가 나왔다. 2016년 3월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연못 밖으로 나온 두꺼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산에서 겨울을 난 두꺼비가 요즘 저수지나 논, 도랑에 내려와 번식이 한창이다. 2~3월 동안 짝짓기와 산란을 마친 두꺼비는 주변 논두렁이나 산자락의 흙·낙엽 속에 몸을 숨기고 약 40일 동안 봄잠을 자며 먹이인 곤충의 활동기를 기다린다. 잠에서 깬 두꺼비와 태어난 새끼 두꺼비는 위험한 도로를 건너 다시 원래 서식지인 산림으로 길을 떠난다.

“두꺼비는 양서류 가운데 가장 많이 이동하는 종”이라고 이정현 국립생물자원관 박사는 말한다. 한반도 고유종인 금개구리가 평생 자신이 태어난 논을 떠나지 않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 박사가 두꺼비 수컷의 등에 소형 전파발신기를 부착해 연구한 결과 번식지로부터 100~500m 범위로 흩어졌다. 두꺼비 암컷은 수컷보다 행동권이 2~3배 넓기 때문에 두꺼비의 번식지로부터 이동 범위를 500~1500m로 추정했다. 이 박사는 “이 조사는 번식지에서 서식지에 이르는 3~6월 사이로 국한됐기 때문에 두꺼비의 실제 이동 거리는 이보다 길고, 수킬로미터까지 이동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기적거리거나 가끔 네발로 뛰는 두꺼비의 느린 이동이 오랜 자연사에 걸쳐 지속하면 놀라운 결과를 낳는다. 한반도의 두꺼비는 중국에서 이동해왔고 또 이후 한반도의 두꺼비가 중국으로 다시 이동해 갔다는 유전적 증거가 밝혀졌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거듭 찾아와 서해의 물이 마르고 다시 차는 수십만~수백만년 동안에 걸쳐 벌어진 일이다.

아마엘 볼체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박사후연구원 등은 한반도와 중국 두꺼비가 빙하기 도래와 함께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두 나라 두꺼비의 유전정보를 비교·분석해 알아봤다. 과학저널 <피어제이>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200만년 전 중국 서부의 두꺼비 집단이 한반도로 확산하기 시작해 80만년 전까지 이동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가 빙하기에 생물의 피난처 구실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

연구에 참여한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빙하기에 한반도를 포함해 황허~아무르강~일본~중국 중앙을 지나는 동경 100도로 둘러싸인 동아시아는 차고 건조한 기후를 피해 다양한 생물이 서식지를 일시적으로 옮겨 살아남은 피난처였다”며 “이 지역은 같은 몬순 기후의 영향을 받는데다 빙하기에 서해가 육지로 이어져 큰 장벽 없이 연결된 하나의 생태계였다”고 설명했다.

f2.jpg » 2016년 3월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연못의 두꺼비가 물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f3.jpg » 교미를 하는 두꺼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볼체 박사는 “우리가 보는 두꺼비는 여러 세대에 걸쳐 수없이 많이 왕래한 두꺼비 가운데 살아남은 것일 뿐”이라며 “서해가 황허와 한강 등 많은 지류가 흐르는 삼각주였기 때문에 중국과 한국 사이의 두꺼비가 이동하는 통로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상승해 서해가 바다로 바뀌자 한반도의 두꺼비는 중국과 격리됐고 독자적인 유전적 변화를 겪었다. 이어 30만년 전 다시 빙하기와 함께 서해가 육교로 이어지자 한반도에서 번성하던 두꺼비는 서해를 거쳐 중국 동부와 한반도 북부로 퍼져나갔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염기서열 부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찾아낸 뒤, 종마다 일정한 돌연변이의 빈도를 이용한 ‘유전자 시계’ 기법으로 유전적 고립과 확산 시기를 추정했다.

이번 연구에서 한반도 안은 물론 중국과 비교해도 두꺼비들의 유전자는 대체로 동일했다. 집단 사이의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금개구리나 수원청개구리는 한반도 환경에 적응해 고립된 특산종으로 분화했지만 어떻게 두꺼비는 ‘세계인’이 될 수 있었을까. 보르제는 “금개구리나 수원청개구리가 건조한 환경에 매우 취약하지만 두꺼비는 잘 견디는 것이 장거리 이동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두꺼비는 번식지로의 회귀본능이 있지만, 환경이 바뀌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한다”며 “그 과정에서 유전자의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서류는 고립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일부 개체는 10㎞까지 이동해 다른 무리와 연결한다고 알려진다.

그렇다더라도 두꺼비가 백두대간은 어떻게 넘었을까. 장 교수는 “어떻게 그런지는 미스터리”라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00500397_20180312.JPG » 2011년 5월 충북 청주의 두꺼비 산란지인 낙가산 늪지대에서 자란 새끼 두꺼비들이 도로를 건너 주변 야산 서식지로 이동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동성 적은 개구리는 화학비료가 최대 위협

두꺼비와 달리 금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는 한곳에 정착하는 종이다. 평생 살던 논을 떠나지 않는 이들은 고립돼 한반도 특산종이자 멸종위기종이 됐다. 이들은 서식지인 논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볼체 연구원 등은 전국의 금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 서식지를 조사한 결과 화학비료 살포가 이들 개구리의 최대 위협으로 나타났다고 과학저널 <허퍼톨로지카> 3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두 종의 서식지로 알려진 40곳을 조사해 수원청개구리를 22곳에서, 금개구리를 18곳에서 관찰했고 14곳에서는 두 종 모두를 확인했다. 서식지의 수질을 측정했더니 물에 인과 질산암모늄 성분이 많을수록 두 종이 적게 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물질은 각각 칼슘 대사와 산소 흡수를 방해해 개구리에게 독성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화학비료를 통해 논에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됐다. 물속에 잠겨서 생활하는 생활이 긴 금개구리는 물속에 녹아 있는 물질이 많은 곳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 두 종의 개구리가 이미 서식지 훼손과 질병 확산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데, 수질오염에도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식지 논에서 화학비료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orze´e et al. (2017), Phylogeographic and population insights of the Asian common toad (Bufo gargarizans) in Korea and China: population isolation and expansions as response to the ice ages. PeerJ 5:e4044; DOI 10.7717/peerj.40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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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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