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조개 떼죽음, 죽음의 새만금에서 희망을 생각한다

주용기 2012. 03. 08
조회수 17313 추천수 0
방수제 공사 1년, 새만금에는 다시 죽음의 그림자 어른거린다
희귀 철새들 찾아와 희망의 싹은 있다…지킬 곳은 꼭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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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말라 버린 갯벌에서 조개들이 죽은 채 나뒹굴고 있다. 2006년 물막이 때 이후 두 번째이다.

 

봄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지난 3월 4일, 새만금지역을 둘러보았다. 막바지 겨울철을 보내고 생명이 움트는 봄맞이에 나서야 할 생명들이 새만금에서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2010년 12월부터 새만금 방조제 안의 수위를 해수면보다 1.6m 낮게 유지하면서 공기 중에 노출된 갯벌 면적이 늘어나 수많은 조개 등 저서생물들이 죽어서 나뒹굴고 있다. 죽음의 아우성이 매마른 갯벌에서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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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대교 바로 밑 동진수로에서 벌어지는 방수제와 매립공사 모습.

 

극히 좁은 폭으로 남겨진 갯벌은 흑갈색의 바닷물이 짤랑거리며 갯벌을 검게 변화시키고 있다. 죽음의 아우성 소리를 들었는지 하늘에서는 부슬 부슬 봄비가 내린다. 뭇 생명들에게 생명의 물이 될 봄비가 새만금의 뭇 생명에게도 생명수가 되어 주기를 빈다.

 

이같은 희망에도 아랑곳없이 새만금 지역엔 방수제 공사로 인해 온통 죽임이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 2006년 4월 21일 방조제 물막이 이전에 수많은 도요물떼새들이 몰려들었던 만경강 하구의 화포와 어은리 지역과 동진강 하구의 문포와 학당지역은 아름다운 새소리를 대신해 방수제 공사를 위해 오고가는 포크레인과 트럭들의 괭음소리만이 대신하고 있다.

 

가끔씩 먹이터와 휴식터를 잃고 헤매는 새들이 하늘을 배회하거나 위태롭게 남겨진 갯벌에 머무르고 있기도 하다.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지역에 남은 새들은 자신의 불안한 미래를 모르는지, 먹이 찾기와 깃털 정리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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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월연리 갯벌에서 공사 중임에도 휴식중인 재두루미 12마리와 시베리아흰두루미 1마리의 모습.

 

김제 거전마을을 가로질러 예전 바닷가에 다다랐다.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부착된 줄을 들어 올리고 차를 몰아 매마른 갯벌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갔다. 무수히 많은 조개들이 하늘을 향해 물을 달라며 입을 벌린 채 나뒹굴고 있다.

 

광활한 갯벌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민가섬 정상에 올랐다. 물막이 이전에 이곳 정상에서 살아있던 갯벌을 내려다 보던 생각이 다시 떠오른다. 하지만 이젠 바닷물이 방조제로 막혀 버려 차마 죽어가는 갯벌과 바다를 바라보기가 두려울 정도다.

 

멀리 내려다 보이는 물가에는 단지 큰고니 두 마리와 혹부리오리, 청둥오리 몇 마리 만이 보였다. 이곳도 곧 공사장으로 변해 이 모습도 사진으로만 남을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자유로운 출입도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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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거전갯벌의 민가섬 정상에서 바라본 갯벌 모습.

 

부안 문포 근처의 농수로 수문에서는 어느 한 노인은 자전거를 타고 와 내리더니 수문에 올라 공사장을 바라본다. 이 노인은 예전에 이곳에서 실뱀장어와 조개를 잡았단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몇 마디 묻자 개발에 기대를 한다고 답한다.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전달되는 개발의 온갖 환상이 어민 자신에게 내면화되어 버린 모습에서 더욱 슬픔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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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조제와 농수로 공사로 갯벌에 발생한 녹조류와 누런 거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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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 공사장 바로 옆 물 웅덩이에 죽어 있는 재갈매기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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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방조제 내측의 수위를 -1.6m로 낮추자 바닥이 드러나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어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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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을 뒤집어 만든 농수로에 고인 물에는 녹색조류가 밀려 누런 거품과 함께 섞여 잔뜩 끼여 있다. 바로 옆 물 웅덩이에는 죽은 재갈매기 한 마리가 나뒹굴고 있기도 하다. 바닷물 수위가 낮아지자 부안 계화포구와 문포, 김제 심포와 하제포구에는 정박해 있던 배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썩어가고 있다. 생계를 이어가지 못하는 어민들을 대신해 바닷물이 다시 들고 나기를 기다리는 듯이 묵묵히 차가운 바닷 바람을 맞고 있다.

 

그래도 희망을 잃고 싶지 않다.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공사판으로 변한 새만금 지역에는 적은 수나마 희망을 잃지 않고 여전히 어업을 하는 어민들이 있다. 또한 급격히 줄어든 숫자이긴 하나 여전히 새들이 자신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새만금지역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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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줄었지만 여전히 공사장 바로 앞 갯벌에서 위태롭게 서식중인 새들.

 

공사 차량들과 포크레인이 생존의 터전을 없애고 있는 김제 심포 근처에서는 넓적부리와 검은머리흰죽지 천여 마리와 혹부리오리 500여 마리가 각각 먹이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군산 월연리 앞에서는 재두루미 12마리와 시베리아흰두루미 한 마리가 포크레인을 뒤로 하고 위태롭게 서 있기도 하고, 물을 먹기도 하면서 날갯짓을 하기도 했다. 생명을 이어갈 후손을 낳기 위해 먼 북쪽의 번식지로 떠나는 준비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꼭 번식에 성공하기를 빌고, 올해 겨울에 자식들을 데리고 다시 내려와 편안히 쉬고 먹이를 먹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올 봄 번식지로 가기 위해 남반구에서 올라오는 도요·물떼새들에게도 생존의 희망으로 새만금 갯벌이 남겨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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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희망으로 끝나지 않도록 우리 국민들의 선량하고 고운 심성에 기대어 본다. 개발로 인한 이익에만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 특히 약자들, 새만금 연안 어민들의 생존과 아픈 마음을 어루만질 줄 알며, 수많은 뭇 생명들의 존귀함을 생각하면서 다시금 새만금 갯벌을 되살리고 서로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바란다.

 

올해 국내적으로는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다. 어느 선거 때나 마찬가지이지만 올해의 선거는 더욱 중요한 해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과 제도를 실행하는 일에 나서느냐, 아니면 더 악화될 길로 갈 것인가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로에 있다.

 

부디 생명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는 선거가 되기를 빈다. 그리고 한국 정부가 참여하는 중요한 국제회의, 즉 리우 20 총회와 람사르 제11차 총회, 세계자연보전 총회(WCC)가 열린다. 단지 말잔치가 아닌 실질적인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합의 내용 그대로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새로운 시작의 해가 되기를 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진실과 실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길에 나서야 한다. 늦은 때가 빠르다는 말이 있다. 아직도 새만금 갯벌이 살아남을 희망이 있다. 우리 함께 그 희망을 실현히기 위해 노력하자.

 

글·사진 주용기/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전북대학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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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기 전북대 전문연구원 생태문화연구소 소장
생태문화연구소장, 전북대 전임연구원. 새만금과 금강 하구 갯벌 생태계의 변천과 그곳 어민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는 산 증인. 도요새, 물떼새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juyki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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